[할리우드 리포트] ‘지상 최대의 쇼’서 만난 ‘인생 최대의 사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시작한 올 한해 할리우드 리포트를 ’더 페이블맨스‘로 마감한다. 두 편 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들이다. 선댄스로부터 시작된 영화제 취재기가 칸, 베니스, 토론토, 도쿄로 쉴새 없이 이어졌던 2022년, 영화 ‘더 페이블맨스’ 프리미어 현장을 주저없이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다. 제47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다시 만난 스필버그 감독은 그의 분신 새미 페이블맨(게이브리얼 라벨)을 통해 자신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가족애를 아낌없이 드러냈다. 스필버그 감독은 “내가 감독한 영화가 토론토 영화제에 공식 초청받은 것은 처음이다. 34편의 영화를 만들고 나서야 토론토 관객들이 얼마나 멋진지 깨닫게 되었고 이 영화제에서 프리미어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를 대변하는 영화이자 75년 삶을 담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토론토 영화제 최고상인 관객상(피플즈 초이스 어워드)을 받았다.
세실 B. 드밀 감독의 ‘지상 최대의 쇼’에 나오는 열차 사고 장면이 기억 속 인생 최대의 사고로 남아 있다는 스필버그 감독는 이 영화로 우화 속 소년이 되었다. 서커스 공연을 기대하고 아버지를 따라갔다가 서커스 영화를 보게 된 일곱 살 소년은 ‘지상 최대의 쇼’에 등장하는 열차 사고 장면을 장난감 기차 세트로 재현하려고 하누카 선물로 라이오넬 트레인 세트를 사달라고 졸랐다. 그리고 아버지의 슈퍼 8 코닥 카메라로 철로를 따라 달리는 열차에 자동차가 부딪히면서 기차가 탈선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나중에서야 드밀 감독이 이 장면에 특수효과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특수효과가 동원돼야 실감나는 장면을 스필버그 감독은 불과 일곱 살 때 미니이처 장난감들로 리얼리티를 살린 셈이다. 이후 그의 손에서는 카메라가 떠나질 않았고 수퍼 8 코닥 카메라에서 16mm 아리플렉스로 바뀌었다. 영화와 함께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그는 마침내 유니버설 스튜디오 촬영장에서 존 포드 감독(데이비드 린치)을 만나는 걸로 영화는 끝난다. 스필버그 감독은 “어렸을 때 특수효과를 어떻게 만드는지 배우려고 영화관엘 갔다. 집에서는 TV로 영화를 보면서 전쟁영화의 폭발은 어떻게 만드는지 곰곰이 연구했다. 그러나 별 수단이 없었기에 내가 어렸을 때 만든 특수효과라는 건 고작 널빤지에 구멍을 뚫어 만들 뿐이었다. 이 영화에서 내가 사용한 도구들은 실제 내가 어려서 영화들을 찍을 때 쓴 것과 같은 것들이다. 영화로 어렸을 때 하던 일을 다시 보여준다는 건 매우 환상적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더 페이블맨스’는 그에게 평생 과제 같은 영화였다. 공동 시나리오 작가인 토니 쿠시너와 함께 영화 ‘링컨’을 만들 때 영화에 대한 구상이 시작됐다. 토니 쿠시너 작가가 그를 자극했고 스토리의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시했다. 2020년 초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영화산업은 불투명한 미래에 부딪혔다. 예술과 삶이 어떤 상황에 빠질지 몰랐다. 사태는 점점 악화되기만 했고 결단을 내려야 했던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세 여동생들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은 없는 것처럼 생각됐다”고 밝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반자전적 영화 ‘더 페이블맨스’는 그가 일곱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 살았던 2차 대전 이후의 애리조나주가 배경이다. 영화 후반부에 캘리포니아로 전학 온 그가 다녔던 아케디아 고교 시절이 잠깐 등장한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학년 두 학생의 표적이 돼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에서 스필버그 감독 인생의 일부분이 된 반유대주의의 잔상을 볼 수 있다. 스필버그의 분신인 새미역을 제대로 소화한 게이브리얼 라벨은 앞으로가 기대되고 새미의 어머니 미치로 분한 미셸 윌리엄스의 연기는 탁월하다. 단지 페이블맨 가족을 먹여 살리는 대들보 버트(새미 아버지)역을 맡은 폴 다노가 돋보이지 않아 살짝 아쉽다./하은선 미주한국일보 부국장, 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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