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패러다임 전환시기…위기 견디려면 신기술에 더 투자해야"

류준영 기자 2022. 12.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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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미 아펠바움 이스라엘 혁신청 의장 겸 국가 수석과학자
아미 아펠바움 이스라엘 혁신청 의장 겸 국가 수석과학자/사진=요즈마그룹코리아

"혁신을 추구하는 새 강자가 나타날 때가 됐다."

세밑 각종 지표는 내년에도 물가상승,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모두가 힘든 한 해가 될 거라는 비관론에 힘을 싣는다. 이 같은 우울한 전망 속에 아미 아펠바움 이스라엘 혁신청 의장 겸 국가 수석과학자는 "기업이 지금의 위기를 견디려면 시장 포지션과 점유율을 더 늘려나가야만 한다"면서 "신기술·상품에 더 과감하게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면 경기둔화 압력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인구 920만명으로 국토 면적(2만2145㎢)은 우리나라 경상도 정도의 크기다. 그나마 영토 절반이 사막이고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불모의 땅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현재 65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수만 98개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360개의 액셀러레이터(AC)가 있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사도 2300개가 넘는다. ' 세계 최고의 창업 국가'로 이스라엘을 꼽는 이유다.

이스라엘 혁신청은 이런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지원·관리하는 혁신과학기술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이지만 특이하게도 기업처럼 이사회가 혁신청을 운영한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환경 하에서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이런 구조를 갖췄다고 한다. 아미 아펠바움 의장은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재료공학 분야 수석과학자로 36년간 반도체 분야를 연구해왔다. 반도체 장비업체 KLA에서 22년간 일하며 한국을 15차례 이상 방문한 한국통이다.

아미 아펠바움 의장은 지난 20일 서울대에서 열린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심포지엄 기조연설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머니투데이의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이날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아미 알펠바움 의장을 만나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과 글로벌 벤처투자 혹한기 위기극복 방안을 들어봤다.

아미 아펠바움 이스라엘 혁신청 의장 겸 국가 수석과학자/사진=류준영 기자

-올해 글로벌 스타트업 시장을 평가한다면
▶2021년까지 풍부한 유동성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올랐다. 어떻게 보면 기업가치가 굉장히 과대평가가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유동성은 마르고 기업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들도 지금 가지고 있는 현금을 유지하는게 최우선 과제가 됐다. 시장이 언제 바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시장은 어떤가
▶자금조달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때 일수록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찾는게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다. 사이버보안, 인공지능(AI), 핀테크, 헬스테크, 드론, 에그테크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들이 계속 탄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대책으로 기후기술 산업이 뜨고 병원에 가기 보단 집에서 원격의료를 받는다. 이런 산업은 빠르게 확산 중이다.

-현재 이스라엘이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는
이스라엘은 우선적으로 사이버보안, 핀테크,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등 3가지 분야 R&D(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스라엘 펀드 절반 이상이 여기에 투입되고 있다.

-초격차 딥테크 육성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둬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모태펀드 등 정부가 전반적인 혁신생태계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 활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양자컴퓨팅과 같은 기술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이 아니지만 이르면 3년, 늦으면 10년 내에 상용화될 '게임체인저'라는 건 분명하다. 2021년 기준 해외 주요국들이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투자한 돈이 대략 230억 달러(약 30조원)에 이른다. 중국은 100억 달러(13조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실제 이 기술들이 시장에 나왔을 때 비즈니스 분야는 정부보단 민간이 더 잘한다. 그러면 정부는 벤처캐피탈(VC)가 후속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규제 완화, 공공기술 이전, 대학을 통한 전문인재 양성,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등도 함께 보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창업생태계는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이스라엘도 비슷하다. 중동 최대 벤처단지로 꼽히는 이스라엘 텔라비브에서 보듯 첨단기술과 스타트업은 변두리가 아닌 중심가에 모인다. 이스라엘 70%에 가까운 스타트업이 이곳에 있다. 스타트업은 공동체 커뮤니티와 인재가 필요하고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엔터테인먼트도 근처에 있어야 한다. VC와 금융기관도 인접해 있어야 하고, 내 아이가 다닐 학군도 중요하다.

-창업생태계 저변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지역 소규모 도시에 창업 인프라를 만드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 텔라비브에서 1시간30분 거리에 브엘세바라는 곳이 있다. 큰 대학도 있고 큰 병원도 있지만 기업이 많지 않다. 그래서 한국으로 치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같은 정부부처가 주도적으로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지어주는 등 민간기업들이 브엘세바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혁신청도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스타트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업가 정신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창업 허브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간기업들에게 좋은 조건·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씨앗을 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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