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 팔릴까 '덜덜'… 완성차업계 고심

박찬규 기자 2022. 12. 2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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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고금리시대, 車 구매 빙하기 온다①] 출고 지연으로 인한 '수요 거품' 걷히는 중

[편집자주]자동차업계가 '고금리'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은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등 공급망 장애를 겪으며 신차 출고가 지연됐고 별다른 판촉 활동을 벌이지 않아도 꾸준한 판매량이 유지되는 현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수요가 꺾였다는 평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괜찮을지라도 그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이 여파는 장기렌터카와 중고차시장에도 퍼졌다. 관련업계의 상황을 점검하고 올바른 소비를 위한 구매전략을 소개한다.

자동차 할부 금리가 오르면서 수요가 위축됐다는 평이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차 안 팔릴까 '덜덜'… 완성차업계 고심
②렌터카·중고차업계에 한파 몰아칠까
③나한테 맞는 차, 어떻게 사야 하나

자동차 할부 금리가 급등하면서 신차 구매를 앞둔 소비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출고 지연으로 구매를 망설이던 이들에겐 날벼락과 같다. 2년여 동안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그나마 수급이 완화된 하반기부터는 금리가 높이 치솟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주문 물량을 쌓아둔 자동차업계에서는 '가짜 수요'에 대한 고민이 깊다. 신차 구매가 어려워지면서 '일단 살 수 있는 차는 계약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구매행태가 확산해서다. 자동차업체들은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역대급 계약 실적을 거두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산차 영업점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취소분이 생기더라도 해당 물량을 쉽게 소화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계약 취소 문의가 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도 "현재 계약 취소가 늘어나는 현상은 소비자들이 여기저기 대기를 걸어두며 생긴 '거품'이 걷히는 것으로 본다"며 "그동안 완성차업계는 공급과잉이 될 수 있어서 가짜수요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고 했다.


'고금리'에 닫히는 지갑 '저금리'로 연다



울산항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신차들 /사진=뉴스1
신차 할부 금리는 미래 금융시장을 반영해 산정되는 만큼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는 불리하다. 금리가 떨어지더라도 계약 당시의 높은 할부 금리가 만기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수준보다 금리가 더 오르면 손해를 볼 수 있어서다.

현재 주요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 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 12월12일 기준 신한·삼성·하나·롯데·우리 등 5개 주요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 금리는 7.3~10.5%(그랜저·선입금 20%·36개월 기준)다.

선수금 20%, 연 7.3% 금리 기준 5000만원짜리 신차를 카드 36개월 할부 구매 시 매달 124만577원을 내야 한다. 총 이자는 466만784원. 금리가 지난해 수준인 3.5%일 때는 매달 117만2083원 납부하면 됐고 총 이자는 219만4978원이었다. 할부금리 10.5%가 적용되면 매달 납부액은 130만97원, 총 이자는 680만3502원으로 늘어난다.

할부 금리가 오르고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자 자동차회사들은 12월 들어 일제히 낮은 금리의 할부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심지어 5~6%대의 조달금리보다 낮은 할부 금리를 내세운 곳도 있는데 이는 사실상 할인판매라는 게 관련업계의 평이다. 마케팅 비용으로 금리 손실분을 메운다는 얘기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신차를 현금으로 사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할부 구매를 선호한다"며 "이런 구조 탓에 금융사와 판매직원 사이의 리베이트가 존재하는데 최근 금리가 너무 올라서 양측 모두 고민이 많다"고 했다.

판매사원이 할부 구매를 유도하고 금융사로부터 일정 부분 수수료를 받기도 하는데 할부 금리가 오르면서 수요 자체가 꺾였고 결과적으로 판매사와 금융사 모두 수익이 줄게 될 것을 우려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12월 판매에 사활 건 자동차업체들



자동차 회사들의 판촉활동은 특히 이달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신차 구매 시 일정부분 비용을 돌려주거나 깎아주는 '금액 할인'은 물론 낮은 금리의 장기할부를 넘어 무이자 할부도 시작했다. 해를 넘기기 전 재고를 최대한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수입차업계 선두 경쟁을 벌이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연말 판촉전을 시작했고 폭스바겐은 대대적인 재고 정리에 나섰다.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를 통해 티구안 2.0 TDI 프리미엄과 제타 1.5 TSI 프리미엄에 대해 잔가보장 36개월 할부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티구안은 49%, 제타는 43% 잔가를 보장한다. 티구안은 36개월 무이자 할부도 시작했는데 선납금 30%를 내고 36개월 동안 월 83만8658원을 부담해야 한다.

국산차업계에서는 내수 판매 회복을 위해 한국지엠이 공격적으로 나섰다. 쉐보레 트래버스에 대해 현금 지원과 할부 혜택이 결합된 방식 금융 혜택 선택 시 최대 400만원의 현금을 지원하며 2.9% 이율로 최대 72개월까지 할부가 가능하다. 핵심차종인 트레일블레이저도 콤보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80만원 현금 지원과 4.4% 36개월 할부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금리가 높은 금융상품을 제외하고는 영업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내년에 자동차 가격이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연말 판촉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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