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분양가를 여기서 더 올린다고요?

이하은 2022. 12.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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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분양가상한제·규제지역 완화…서울 해제 가능성
이미 분양가 큰 폭 상승…실거래가 <분양가 역전도
고금리에 가격 민감도 커…청약 수요 떨어질 듯

내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분양가가 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과 규제 지역을 추가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두가지 규제가 풀리면 분양가 책정 때 까다로운 심사를 거쳤던 서울과 경기 광명·하남·과천 등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격 부담이 증가해 수요자들이 청약을 포기하면 분양 시장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 집값 하락이 계속되면서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비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경기 김포 등에선 실거래가가 분양가 미만으로 떨어지는 역전 현상이 이미 벌어졌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서울도 분양가 규제 해제 가능성

정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규제지역을 연초에 추가 해제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를 개선해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분양가 규제가 적용되는 곳은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이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영등포·마포·성동·동작·양천·용산·중구·광진·서대문·강서·노원·동대문·성북·은평 등 18개구와 경기 과천·하남·광명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다.

조정대상지역인 서울 나머지 지역과 경기 성남은 분양 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거쳐야 한다. 다만 고분양가 심사는 통상 분양가상한제보다 규제 강도가 약하다. ▷관련 기사: [알쓸부잡]우리 동네 분양가 누가 어떻게 정하나요(11월1일)

내년 이들 지역이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과 규제 지역에서 모두 해제되면 민간아파트는 분양가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게 된다. 그간 정비사업지 등에서 분양가 규제에 대한 불만이 컸던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분양가 이미 비싼데요?

문제는 분양가 규제 상황에서도 이미 분양가가 많이 상승한 점이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22일 기준 올해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3522만원으로 작년(2945만원)보다 20% 올랐다.

실제 최근 분양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 역시 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13억원으로 작년 9월 분양한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전용 84㎡(최고 8억원)에 비해 약 5억원 비싸다. 두곳 모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다.

도봉, 강북 등 고분양가 심사 지역도 마찬가지다. 작년 4월 분양한 도봉구 '쌍문역 시티프라디움'은 전용 68㎡ 분양가가 6억9000만원이었는데, 올해 1월 분양한 인근 강북구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전용 59㎡가 7억6500만원에 달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건축비가 오르면서 분양가상한제가 힘을 못 썼다. 분양가를 책정할 때 쓰이는 기본형건축비는 올해만 3번 올라 총 6.7% 인상됐다. 더욱이 정부는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을 통해 정비사업 필수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 기사: 분양가 최고 4% 오른다…이주비 넣고, 자잿값 인상 신속 반영(6월21일)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상한제에선 분양가에 건축비와 대지비를 반영하는데, 올해 초 건축비가 급격히 오르면서 분양가가 비싸졌다"며 "건축비 상승분이 워낙 커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단지와 분양가가 비슷해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시세보다 비싸…"안 사요"

내년에는 수요자들이 분양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고금리가 지속될 예정이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고주택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면서 분양가가 시세를 역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분양가 규제가 없었던 지역에선 분양 때보다 가격을 낮춘 매물들이 거래되고 있다. 접경지역으로 규제 지역에서 배제됐던 경기 김포가 대표적이다. 당시 주변보다 집값이 크게 오르는 '풍선 효과'를 누렸지만, 이젠 집값이 급격히 빠지고 있다.

2020년 6월에 분양한 김포센트럴헤센1단지 전용 59㎡는 지난 12일 2억6900만원(15층)에 손바뀜했다. 발코니 확장 비용을 포함한 분양가는 최고 2억9600만원이었는데, 이보다도 27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같은 해 8월에 분양한 e편한세상김포어반베뉴 역시 전용 59㎡가 지난 17일 2억3000만원에 거래돼 분양가(2억2640만원)에 근접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2023년 분양시장은 가격 수준에 따른 청약 온도차가 클 것"이라며 "일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가 청약 성패에 주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 완화, 규제지역 해제 등의 공급 대책은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분양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공급 물량을 늘리기 어렵고, 수요가 확장될 가능성도 작다"며 "이렇듯 공급 확대에도 한계가 있어 당장으로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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