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40년 돌리고 닫으면 43조 손해"…설계수명 지나도 쓰는 이유

세종=김훈남 기자 2022. 12. 2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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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설계수명이 30∼40년인 원자력발전소(원전)는 수명이 다 되면 반드시 가동을 멈추고 닫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원전의 최초 운영허가 심사 때 설정한 '설계수명'은 원전의 안전성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이 가능한 최소한의 기간을 의미한다. 즉 원전의 설계수명은 가장 기본적인 운영가능 기간인 셈이다. 설계수명이 임박한 원전은 현재 안전 상태에 대한 진단과 정비를 통해 충분한 안전성 확보하고 설계수명 이후에도 '계속운전'이 가능하다.

22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23년 4월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다하는 국내 원전 수는 총 10기다. 고리2~4호기와 한빛1~2호기, 한울1~2호기 등 설계수명 40년짜리 가압경수로가 7기이고 월성2~4호기 등 설계수명 30년짜리가압중수로가 3기다.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총 8450㎿(메가와트)에 해당하는 설비다.

올해 4월 고리2호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보고서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제출돼 현재 서류 적합성을 심사 중이다. 2024년 9월, 2025년 8월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고리3~4호기에 대한 안전성평가보고서는 올해 9월 원안위에 제출됐다. 한수원은 나머지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도 준비 중이다.

원안위는 안전성 평가보고서 접수 18개월 이내에 원자력 안전규제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평가보고서 심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계속운전 여부를 심의한다. 계속운전은 10년 단위로 결정되며, 정부는 계속운전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계속운전 신청기간은 원전 수명만료 2~5년 전에서 5~10년 전으로 완화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을 계속운전하려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2030년까지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원전 10기의 최근 10년간 발전량을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하면 42조5000억원에 달하는 차액이 발생한다. 최근 10년간 발전원별 평균 정산단가는 원자력이 ㎾h(킬로와트시) 당 56.1원인데 반해 LNG발전은 128.7원으로 2배 이상 비싸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 올해 상반기 LNG발전의 정산단가가 213.7원으로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원자력 발전과 타 발전원 사이 전력생산 비용 차이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차원에서도 원전이 일정 수준이상 전력량을 책임져야한다. 이에 따라 윤석열정부는 지난 문제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 원전 비중 확대를 국정과제로 삼았고 지난달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서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 1만4990톤을 반영, 원전 발전 비중을 32.4%로 제시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량과 동일하게 만들어 합계 0으로 만든다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발전원 중심으로 전력을 공급해야하는데, 바람과 일조량이 불안정한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론 화석연료 발전량을 대체할 수 없다. 특히 발전소 건설부터 해체까지 전주기를 기준으로 볼 때 원전은 ㎾h당 5.1g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계산돼 풍력 12g, 태양광 11~37g 등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의 계속운전은 세계적으로도 일반적인 흐름이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세계 38개국이 운영하는 원전은 703기로 이 중 가동원전은 33개국의 439기다. 가동원전 가운덴 설계수명 이전인 원전이 264기이고, 안전성 평가를 거쳐 계속운전 중인 원전은 172기다. 영구 정지된 원전 201기 중에서도 계속운전 후 폐로한 원전은 51기다. 미국은 가동원전 93기 중 85기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고 이 가운데 50기가 계속운전을 하고 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전의 설계수명은 운영허가 시 안전평가를 위해 가정한 기간일 뿐, 시설의 실제 수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운전면허를 취득 후 갱신하듯이 원전도 계속운전을 통해 운영허가를 갱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의 운영허가 갱신제도와 유럽의 주기적안전성평가를 병행하고 10년씩 계속운전을 허가하도록 했다"며 "심사의 효율성과 장기적 안목의 안전관리 투자를 위해 계속운전 허가기간을 20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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