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첫 한국계 연방의원, 이란 히잡시위 구금자의 대모가 되다
대모·대자 맺기 독일서 오스트리아 등으로 확산…전세계서 문의 쇄도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의원 수가 736명으로 세계 2위인 독일 연방의회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일제히 휴가에 들어갔지만, 첫 한국계 독일 연방의원인 이예원 의원(사회민주당)의 사무실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이 의원은 거의 한 달 전인 지난달 26일 독일 연방하원 중 최초로 이란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다가 구금된 이와 정치적 대모·대자 관계를 맺었다.
그가 대모로 나선 이는 유명 래퍼 투마즈 살레히로, 그는 이란 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가 체포돼 기소됐다. 이란 젊은 층 사이에 인기 있는 래퍼인 살레히는 지난달 정부의 폭력적 시위진압을 비판하는 노래를 발표했다.
이란 지방검찰은 살레히를 '모프세데 펠아즈(신을 적대하고 세상에 부패와 패륜을 유포한 죄)'와 반체제 선동·국가안보 교란 혐의로 기소했고, 살레히는 유죄판결이 날 경우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시위에 계속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이와 관련한 독일 내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대모·대자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직 선례는 없다며 살레히를 추천해 바로 응낙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을 시발점으로 독일 연방의회에서 이란 내 구금된 반정부시위 가담자와 대모·대자 관계를 맺은 이들은 160명으로 급속도로 불어났다.
연방의원들은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을 필두로 한 독일 연방정부와 주독일 이란대사를 통해 구금된 이들이 풀려날 수 있도록 전방위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같이 의원들과 구금된 이란 반정부시위 가담자와의 대모·대자 관계는 독일 내에서 머물지 않고,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스웨덴까지 확산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대모·대부를 맡은 의원이 180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의 사무실에는 전세계에서 대모·대자 관계를 어떻게 맺는지, 구금된 이란 반정부 시위 가담자를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는지에 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살레히의 건강 상태가 걱정돼, 그가 건강한지 알아보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 중"이라며 "이란 당국을 압박해 판결을 막고, 풀려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각 의원실에서 구금된 이란 반정부시위 가담자 대모·대자 관계에 대해 문의가 너무 많이 들어와 관련 자료를 상세히 정리한 유인물을 배포 중"이라고 덧붙였다.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이 촉발한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가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평화시위에 이란당국이 무자비한 폭력진압을 하면서 502명의 시위 참가자가 목숨을 잃었고, 1만8천여 명이 체포됐다. 이란 당국은 구금한 시위자 중 40여 명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인권포럼은 지난 20일 올해의 인권상 시상식을 열고, 히잡 강제 착용 반대 시위를 벌인 이란 여성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우리 국회는 지난 8일 이란당국의 야만적 폭력진압을 규탄하고 이란의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이 의원은 "한국 국회에서도 이란 시위를 지지하는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데, 전 세계가 이란을 위해 같이 활동하니 기분이 좋다"면서 "구금된 시위자 1만8천 명 모두에게 대모나 대부가 생기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시위자는 너무 용감하다"면서 "제가 그 상황에 있었다면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지난해 9월 26일 치러진 독일 연방하원 총선거에서 한국계로는 처음 독일 연방의회에 입성했다. 이 의원의 부모는 1986년 한국에서 독일로 건너왔다. 아버지는 독일 최대 공대인 RWTH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다 은퇴했고, 어머니는 간호사다. 그는 1987년 아헨에서 태어나 유치원과 초·중·고교와 대학을 나온 '외허린(Oecherin·아헨여자)'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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