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길 협력사가 없다" 수주 호황 K조선, 인력난에 일감 中에 맡긴다

김민성 기자 2022. 12. 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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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사들이 선박 수주 호황으로 봄날을 맞았지만 협력사를 제때 구하지 못해 수주한 물량 일부를 중국 업체에 맡기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선박 블록 제작 물량의 일부를 중국 현지 업체에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사 협력업체 관계자는 "선박 부품 관련 주문이 들어와도 지금으로선 납기를 맞출 방법이 없다"며 "내년이면 중국으로 넘어갈 물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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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주 52시간 근무제 겹치며 협력사 인력 태부족
"일감 쌓이는데 물량 조달 어려워…내년이면 더 심각"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한국 조선사들이 선박 수주 호황으로 봄날을 맞았지만 협력사를 제때 구하지 못해 수주한 물량 일부를 중국 업체에 맡기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적된 인력난 탓에 국내 협력사들이 선박 건조에 쓰일 물량을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비용 등을 앞세워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에 일감이 넘어가는 것은 앞으로 건조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선업 장기 불황으로 인한 저임금 구조와 주 52시간 근무제 등을 우선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에 위치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 해외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6600억원 규모에 수주한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FPS) 생산을 시작하면서 일부 물량을 중국 협력사에 맡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하청업체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보니 그나마 가깝고 인건비가 싼 중국에 맡기는 것"이라며 "일감은 쌓이는데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에 넘겨주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2년간 선박 수주 물량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집중되면서 FPS 관련 물량을 맡길 협력사도 덩달아 부족해진 것도 한 요인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선박 블록 제작 물량의 일부를 중국 현지 업체에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삼성중공업의 선박 블록을 만드는 현지법인인 중국 산둥성 롱청시의 영성유한공사 외에 다른 협력사를 구해 블록 생산을 충당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2개 법인을 운영하던 삼성중공업이 해외사업장 효율적 운영을 위해 영파(波)유한공사 철수를 결정하면서 영성법인 하나만 남게됐다.

업계에선 조선업의 장기간 불황으로 인한 저임금 구조 고착화와 주 52시간 근무제가 인력 유출을 부추겼다고 입을 모은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조선업계 전체 종사자는 9만3038명으로 2014년(20만3441명)보다 54.5%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선박 시장이 급격한 다운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일감이 부족해지고 조선소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조선소와 협력사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그나마 과거에는 추가 근무를 통한 잔업 수당으로 고임금을 유지했으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협력사 평균 임금이 20~3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탓에 협력업체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 생산 물량을 대폭 줄이거나 폐업하는 곳까지 발생했다.

수주 호황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울산, 거제 등 조선업 중심지의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런 효과도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으로 물량이 계속 넘어간다면 장기적으로 조선업 경쟁력을 물론 협력사 생태계도 위협받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사 협력업체 관계자는 "선박 부품 관련 주문이 들어와도 지금으로선 납기를 맞출 방법이 없다"며 "내년이면 중국으로 넘어갈 물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 메카'로 불리는 경남 거제가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조선업계 인력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200억원 규모의 특화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조선업 구인난 해소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거제의 한 조선 협력업체 관계자는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1년 더 연장해도 정확히 내년 이맘때 상황이 나아지긴 힘들다고 본다"며 "급여가 많은 다른 업종에 간 숙련공들이 돌아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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