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부담에 한발씩 물러서 여야… 내년도 예산안 극적 타결
금투세 시행 2년 유예… 野 한발 양보
종부세 1주택 공제도 11억→12억으로
공공주택 융자사업 정부안대로 수용
野 주장 임대주택 융자에 6600억 증액
전액 삭감됐던 지역상품권 3525억 편성
여야가 22일 내년 예산안에 대해 일괄 합의한 것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여부,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배정 등 쟁점 사안과 관련해 절충점을 찾은 데 따른 것이다. 양당은 법인세율 인하 혜택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돌아가도록 했고, 경찰국 등 예산은 절반 수준으로 지급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공공주택 예산의 경우 분양형을 추진하려는 정부 안을 유지하되, 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안도 일정 부분 반영됐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법인세율 인하 여부였다. 국민의힘의 기존 입장은 ‘국내기업 경쟁력 확보’와 ‘외국기업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대기업을 적용대상으로 삼은 탓에 야권으로부터 ‘초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중소·중견기업에 법인세율 인하 혜택을 우선 주자는 입장이었다.
이 문제는 과세구간별로 법인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기로 하면서 해결됐다. 대기업은 물론 ‘2억원 이하’,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200억원 초과 3000억원 이하’ 등 중소·중견기업에도 균등하게 1%포인트씩 법인세율을 낮추기로 한 것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했던 ‘1%포인트 인하’ 중재안을 받아들인 성격도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시점은 국민의힘 입장을 반영해 2년 늦춰진다. 이에 따라 5000만원 이상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는 2025년 1월1일부터 이뤄지게 됐다. 당초 ‘내년 시행’을 요구했던 민주당은 경제 상황을 고려해 국민의힘 의견을 수용했다. 다만 주식 양도세는 현행대로 과세하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경우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과세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한다. 다주택자 과세기준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한다. 조정대상 지역 내 2주택자는 다주택 중과세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기본세율(0.6%~3%)을 적용하기로 했다. 종부세 과세기준은 완화됐지만, 다주택자 중과 일괄 폐지를 추진하려 했던 정부 안에는 미치지 못했다.
소득세법상 월세 세액공제율은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17%, 5500만~7000만원 이하는 15%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상속세법상 가업 상속공제 대상 기업 기준은 연 매출액 4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운영 예산은 당초 정부 안 5억1000만원에서 50% 감액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은 두 조직이 법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으니 예산을 줄 수 없단 입장이었다. 이 문제로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김진표 의장이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하자는 중재안을 냈으나, 이는 국민의힘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난항을 겪은 바 있다.
공공주택 예산의 경우, 공공분양주택 융자사업 예산은 정부 안대로 처리하기로 했다. 대신 민주당이 요구했던 공공임대주택 관련 전세임대융자사업 예산 6600억원이 증액된다. 실효성이 없다며 여당이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던 지역사랑 상품권 발행 예산도 3525억원 편성한다.
이 밖에 여야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와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을 위한 예산 957억원을 증액하고, 쌀값 안정화를 위한 전략작물 직불사업 예산도 4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용산공원 조성 사업은 ‘용산공원 조성 및 위해성 저감 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해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저희는 소수 여당으로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싶었지만, 의석수가 적어서, 민주당 동의를 못 받아서 못 했기 때문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의장 중재안을 우선 수용하라고 이야기했고, 의장으로부터 정부·여당을 설득해달라는 요청이 계속 왔다”고 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의장의 당초 중재안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계속 버텼고, 더구나 대통령실의 강한 부정적 기류가 있으면서 (여야 협상이)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로 한발씩 물러나며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에 전격 합의한 배경에는 더 이상 예산안 합의가 늦어질 경우 여야 모두에게 돌아올 정치적 타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은 내년도 경기 침체 우려가 상당한 가운데 윤석열정부의 첫 예산안을 ‘준예산’으로 출범할 수 있다는 압박감이, 다수 야당인 민주당은 거대야당의 ‘발목잡기’라는 프레임이 가중되던 차였다.
그동안 여야는 ‘합의 불가’ 기류 속에 샅바싸움을 이어왔다. 민주당은 지난해보다 40조5000억원 감액된 규모인 정부 원안이 내년도 경제 불안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주장을 고집해왔다. 특히 정부안에 담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금융투자소득세 비과세 기준 완화 등을 ‘초부자감세’로 규정하는 한편,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사랑상품권 등은 증액하겠다고 맞섰다. 또 민주당은 기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불법 시행령 통치’로 규정해 왔던 만큼 해당 사업분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기조를 이어온 바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비협조 태도를 ‘대선 불복’으로 규정하며 맞섰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첫해,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 정부 원안을 최대한 지켜야 하는데, 대선에서 패배한 거대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논리였다.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서는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높은 법인세율이 해외기업 유치 등 투자를 막는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김 의장은 ‘법인세 1%포인트 인하’와 ‘시행령 기관 예산을 예비비에서 편성한다’는 두 번째 중재안을 15일 내놨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나서 중재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1%포인트 인하만 갖고는 법인세 인하 효과가 없다고 거부했다. 두 번째 중재안이 가로막히자 김 의장은 16일 양측 원내대표를 불러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취약계층 살려내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19일까지는 합의를 보고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과 정기국회 종료일에 이어 김 의장이 제시한 두 차례 협상 시한마저 모두 결렬되자 결국 김 의장이 다시 나섰다. 그는 지난 21일 오후 “예산안에 대한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루어지면 합의안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 안 또는 민주당 수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국회 본청 곳곳에서 물밑 접촉을 벌인 끝에 22일 마침내 합의안을 만들어냈고, 오후 5시가 넘어 김 의장 집무실에서 최종안에 서명했다.
배민영·김현우·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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