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리벽에 온갖 정보가… OLED가 바꿀 미래 ‘투명한 미래전’ 가보니

최지희 기자 2022. 12.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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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개발·양산한 투명 OLED 전시
LG디스플레이 전시회 ‘투명한 미래展’
지하철 창문·매장 진열대·박물관 등에 활용
“국내 비롯 해외 시장 적극 진출 예정”
투명 OLED가 적용된 케이크 쇼케이스에 가격 정보 및 제품 설명, 각종 그래픽이 뜨고 있다. /최지희 기자

2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시작 중 케이크가 진열된 투명 쇼케이스 앞에 다가서자 일반 진열대처럼 생긴 유리판에 갑자기 글씨가 떴다. 케이크 종류와 가격 설명이 뜨더니 각종 장식이 그려지면서 투명했던 진열대 유리판이 금세 화려해졌다. 유리 화면에 뜬 글씨 중 ‘디테일’ 버튼에 손을 대니 케이크별 상세 정보가 뜨면서 제품별 영양 정보가 나타났다.

유리처럼 투명한 이것은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처음으로 개발해 유일하게 양산에 성공한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다. 이른바 미래형 디스플레이라고 불린다. 화소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의 장점을 극대화한 기술로, 유리창을 대체할 정도로 투명도가 높다. 김희연 LG디스플레이 CSO 전무는 “투명 LCD의 투명도는 5%에 불과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투명 OLED의 투명도는 45%에 달하고, 이를 70%로 높이는 로드맵을 세워놨다”고 말했다. 패널 두께도 4㎜ 이하로 얇고 가벼운데다 소비전력도 기존 LED 대비 3분의 1 정도로 낮아 맞춤형 전광판(사이니지), 건축, 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할 수 있다.

이날 방문한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 체험 전시회 ‘투명한 미래전(展)’에서는 투명 OLED가 활용된 도시, 산업, 예술 분야의 미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투명 OLED가 적용된 카페 매장 진열대, 지하철 출입문과 창문, 회사 회의실 유리벽, 박물관 전시 등이 대표적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는 각 산업 분야의 글로벌 주요 고객을 초청해 투명 OLED의 무한한 확장성을 소개하고, 이를 활용한 구체적인 방안과 전략적 협업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공공기관을 비롯해 유통, 건축, 인테리어, 박물관, 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사 투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투명 OLED가 적용된 열차 인포메이션 카운터 모습. 투명 패널 뒤에 사람이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최지희 기자

일상생활에서 투명 OLED가 활용될 수 있는 사례는 다양했다. 투명 OLED가 적용된 지하철 스크린도어와 창문에는 운행 정보가 나타났고, 승객은 화면을 터치해 목적지 등을 탐색할 수 있었다. 지하철 창문에는 유명 랜드마크를 지날 때마다 관련 정보를 유리창에 바로 띄워 증강현실(AR)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대형 특수 강화유리 패널이 적용돼 안정성도 높였다. 운행 정보 등이 뜨지 않을 때는 광고판으로 변신해 사업자는 이를 수익 창출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 지하철에는 투명 OLED가 이미 적용돼 있다”며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 생각보다 빠르게 도입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회사 회의실 유리벽에 투명 OLED를 적용하니 프레젠테이션을 띄우거나 화상 회의가 가능한 대형 스크린으로 변신했다. TV나 모니터 없이 유리벽 자체가 디스플레이가 되는 것이다. 외부와 단절이 필요한 경우 패널에 다른 화면을 띄워 내부가 안 보이게 할 수도 있었다.

투명 OLED가 탑재된 지하철 창문. 외부 풍경이 보이는 창문 위에 날씨 정보가 뜨고 있다. /최지희 기자

매장 전시대 앞에 투명 OLED를 적용해 전시 상품을 강조하거나 세부 정보를 제공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가령 마네킹 앞에 투명 OLED를 설치해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 정보와 관련 프로모션 정보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박물관 전시에 활용된 투명 OLED도 눈길을 끌었다. 전시 작품 위에 투명 OLED가 탑재돼 관람객이 작품 앞에 서면 투명 패널에 글씨와 그래픽 효과 등이 나타나면서 작품을 해석하거나 보충 설명하는 ‘보조 전시 도구’로 쓰였다. 손실된 유물 위에 투명 OLED를 덮어씌워 복원된 유물의 모습을 띄울 수도 있었다.

박물관 내 희미해지거나 손상돼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집트의 상형 문자 전시작에 투명 OLED가 적용돼 원본 보충 설명 및 해석이 뜨고 있다. /최지희 기자

여준호 LG디스플레이 솔루션 CX 그룹장 상무는 “전시 기간 중 특히 리테일샵과 지하철에 탑재된 투명 OLED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았다”며 “국내를 비롯해 중국, 중동 시장까지 포함해 다양한 국가에 진출하고자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가격 경쟁력도 높여갈 전망이다. 김희연 전무는 “투명 OLED는 TV처럼 하나의 세트가 아닌 전체 시스템 구성으로 진행돼 가격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마이크로 LED와 같은 콘셉트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투명 OLED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투명 OLED 시장 규모는 올해 1000억원에서 2025년 3조원, 2030년에는 12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김 전무는 “투명 OLED는 기존 디스플레이 시장을 넘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어느 곳에나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잠재력이 기존 디스플레이 시장보다 훨씬 크다”며 “국내 소부장 업체들과 힘을 합쳐 시장을 더 키워갈 예정이고,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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