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엇’ vs ‘ICBM’… 끝나지 않는 러·우크라 전쟁 [뉴스+]

조성민 2022. 12.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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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젤렌스키에 패트리엇 등 2조원 추가 지원 약속
푸틴, “핵 전투태세 향상시킬 것”…최측근 중국에 특사
300일 넘긴 전쟁 교착…양보 없는 대치에 묘연한 평화
“러·우크라 정상 나란히 전방 순시, 장기전 준비 포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을 ‘깜짝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패트리엇’ 미사일 등 2조여원의 전쟁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핵 전투태세의 강화와 함께 지속적인 전투력 증강을 자국군에 주문하며 맞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300일을 맞은 이날, 양국은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며 장기전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대전차 장애물과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다. 바흐무트=AP뉴시스
◆우크라이나는 미국행, 러시아는 중국행

양국은 장기전을 대비해 각각 미국,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고전 중인 러시아를 더욱 몰아붙여 전쟁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포석을 두자, 푸틴 대통령은 핵 전투태세 향상과 국방력 강화 계획을 밝히며 응수했다.

먼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은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전쟁 중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처음으로 외국행에 나선 그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이번 전쟁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의 지원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려는 데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로이터에 보낸 서면 논평에서 “무기, 무기,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 어떤 무기가 필요한지 직접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18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침을 밝혔다. 이는 미국이 지금껏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 가운데 단일 지원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지원 패키지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가 포함될 것”이라며 “패트리엇 포대를 훈련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방어하는 또다른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수세에 몰려 있는 푸틴 대통령은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특사로 중국에 보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면담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 간 전략적 협력 강화에 뜻을 모았다. 양측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포함해 국제 현안들을 논의하고 대외정치적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핵 전투태세의 강화와 함께 지속적인 전투력 증강을 주문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내년에도 전쟁을 지속할 것임을 확인하고 전체 병력 규모를 150만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병력 규모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러시아는 이날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와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의 실전 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사르마트’는 최대 사거리 1만8000㎞에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최대 2000배 위력을 가졌으며, 최대 15개 다탄두를 탑재해 미사일 방어(MD) 체제로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지르콘’은 최대 사거리가 1000㎞를 넘고 순항 속도는 마하 8에 달하는 최신 무기로 탐지와 방어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이 공중의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대에서 쏘아 올려지고 있다.
◆우크라 가는 ‘패트리엇’은 ‘미사일 잡는 미사일’

미국의 우크라 지원 패키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불리는 ‘패트리엇’이다. 패트리엇은 그간 우크라이나가 손꼽아 기다리던 방어용 무기다. 미국이 자칫 러시아와 확전으로 이어질까 망설일 정도로 파괴력이 큰 전략 자산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패트리엇은 멀리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사전에 격추하는 방공 체계로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언이 1980년대에 개발했다. 한국어로는 ‘애국자’(Patriot)라는 뜻이다. 트럭으로 싣고 다니는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로,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한 것으로 유명해졌고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불린다.

패트리엇은 미국이 보유한 최첨단 방어용 무기 중 하나로, 적의 항공기, 탄도·순항 미사일을 멀리서도 격추할 수 있는 고도화한 지대공 미사일이다. 사거리가 70∼80㎞에 달하며, 특히 965㎞ 밖에서도 방어를 계획할 수 있어서 주민, 부대, 건물을 보호하는 ‘방어 담요’로 평가된다.

패트리엇을 가동하는 포대는 보통 목표물을 탐지·추적하는 레이더, 컴퓨터, 발전 장비, 최대 8개의 발사대로 구성된다. 발사대 하나에는 미사일 4기가 실린다. 패트리엇 1개 포대에는 유지 및 보수, 레이더 운용 등을 포함해 거의 100명의 병력이 필요하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한 기당 400만달러(51억원)가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했다. 발사대는 대당 1000만달러(127억9000만원) 수준이다. 비싼 몸값 때문에 막대한 인명 또는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공습 상황에서 쓰인다.

지금까지 패트리엇은 최소 17개국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이스라엘, 사우디 등이다. 한국에서도 패트리엇은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의 핵심 무기 체계다.

러시아의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사르마트’ 발사 모습. EPA연합뉴스
◆러·우크라 대화 조건 ‘평행선’…여전히 먼 ‘평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지만,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에너지난, 경기침체 우려 탓에 협상론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중에도 이와 관련한 물밑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크라이나의 강경한 태도 탓에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는 어렵겠지만, 서방 입장에서도 전쟁 피로감에 ‘플랜B’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이날 메드베데프 부의장과 면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해결책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일관되게 평화회담을 촉구해왔다면서 “당사자들이 이성적 태도로 자제하고, 전면적인 대화를 전개하며 정치적 방식으로 안보 분야의 공동 관심사를 해결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과의 회담 중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그럼에도 평화회담은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평화회담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한다 해도 대화 조건에서는 이견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철수와 전쟁 피해 배상 등을 요구하는 반면, 러시아는 철수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못 박고 있다.

NYT는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곧 2년차로 접어드는 가운데, 양측의 교착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이 나란히 위험을 무릅쓰고 최전방 순찰에 나선 것도 양측이 장기전 대비에 들어갔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러·우크라 양측이 종전 협상이 개시되기까지 전선에서의 우위 확보를 위해 한동안 힘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탄약과 보급품 수급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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