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명 늘린 안전공단, SPC·농심·비락 ‘끼임’ 사고前 점검 하고도 산재 못 막아… “전문성 없어”

양범수 기자 2022. 12.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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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공단, SPC·농심 ‘끼임’ 발생 전 위험성 지적했지만 조치 이뤄지지 않아
공단 임직원 수, 2017년 1639명서 2021년 2152명으로 늘어
같은 기간 사고 재해자 수, 8만명서 10만명으로 증가
정진우 “공단, 강제력 없고 전문성 떨어져… 사업장 환경에 따른 지도 이뤄져야”
공단 측 “전문성 떨어지는 것 아냐… 1300명이 300만 사업장 담당해야 해”

SPC, 농심, 한국야쿠르트에서 연이어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사고 발생 이전 사고 위험성을 지적하고 방지 조치를 권고했으나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최근 5년간 600명 넘게 임직원 수를 늘렸는데, 동일한 유형의 사고를 막지 못한 데 대해 강제력이 없고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종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지난 10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근로복지공단·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23일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임직원 총계는 2249명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의 직원 수는 지난 5년 사이 꾸준히 증가했는데, 연도별로는 ▲2017년 1639명 ▲2018년 1788명 ▲2019년 2054명 ▲2021년 2152명으로 집계됐다.

공단은 인력 증가에 맞게 사망사고 핵심 위험 요인을 밀착 관리하기 위한 ‘패트롤 현장 점검’ 횟수도 늘렸다. 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만7000회가 목표치였던 패트롤 현장 점검은 올해 7만회를 목표로 이뤄지고 있으며, 불량 사업장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와 감독을 연계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의 점검 횟수 확대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는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사고재해자 수는 7만9040명으로 나타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사고 재해자 수는 ▲2021년 10만2278명 ▲2020년 9만2383명 ▲2019년 9만4047 ▲2018년 9만832명 ▲2017년 8만665명 등이다.

현장 점검 횟수를 늘려가고 있음에도 산업재해가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공단의 권고가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 10월 15일 경기 평택에 있는 SPL 제빵공장에서 야간근무 중이던 20대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와 관련해 공단은 사고 발생 약 5개월 전 배합기의 끼임 위험성을 지적하며 덮개 등을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11월 농심 부산 공장에서 야간근무 중이던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팔이 끼이는 사고와 관련해서도 공단은 사고 발생 약 8개월 전 패트롤 현장 점검을 통해 사업장 내 끼임 사고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사고 발생 당시 해당 설비에는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일 hy(한국야쿠르트)의 100% 자회사인 비락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역시 SPC, 농심과 같은 ‘끼임’ 사고였는데, 해당 설비에도 끼임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인터록(자동방호장치)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공단의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강제권이 없는 점도 문제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라면서 “현장 점검에서 법적 기준으로만 보면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설비라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고,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작업을 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들을 모두 고려한 지도를 내리지 못한다”고 했다.

마정 교수는 “법과 규정이 위반될 경우까지도 상정한 안전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가 돼야 한다”면서 “만약 안전장치를 하고 작업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도구를 사용해 작업해야 한다든지, 해당 작업을 수행할 당시 반드시 감독자가 입회해야 한다든지 하는 다양한 방식의 지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단 측은 “강제성이 없는 것은 맞으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사업장에 재해 예방을 위한 비용이나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는 기관”이라며 “과태료나 벌금 등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고용노동부”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공단의 전문성은 절대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지난해 기준 기술사 318명, 기사 1076명, 박사 80명, 석사 443명, 전문의 5명 등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건설·화학·제조 등 현장 부문별로 재해예방에 체계화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현장 점검은 2인 1조로 이뤄지는데, 규모가 큰 사업장은 해당 인원이 사업장 전체를 면밀히 점검하는 것이 어렵고, 일선 직원 1300명 정도가 300만개의 사업장을 담당해야 하다 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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