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치닫는 건설 경기…"내년부터 보릿고개 본격화"[건설이 흔들린다]②
집값·자금조달·자잿값 상승 '트리플 악재'…"위기 확산 대책 마련 시급"
[편집자주] 금리인상으로 부동산거래가 급랭하면서 건설업계의 한파가 뚜렷해지고 있다. 말단부인 지방과 중소-중견건설사들의 부도리스크가 수도권과 서울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뉴스1>은 미분양 급증에서 비롯된 '건설한파'의 현황을 추적하고, 이에 대한 제언과 해결책을 3회의 기획취재를 통해 살펴본다.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이제 진짜 보릿고개입니다. 그동안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실적을 쌓았는데 부동산 경기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문제는 불황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아 최대한 보수적으로 사업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A 건설사 임원)
건설업계가 빠르게 위축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건설사 실적을 지탱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건설사 체감 경기가 12년 만에 최악으로 내려앉았다. 해외 사업과 신사업 등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수익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수적인 움직임이 예상된다.
◇건설경기 12년 만에 최악…"PF 부실 우려에 자금조달 난항"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경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표한 11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52.5를 기록, 전월 대비 2.9포인트(p) 하락했다.
CBSI는 건설업에 대한 건설사업자의 판단·예측·계획의 변화추이를 관찰해 지수화한 것이다. 기준선(100)보다 밑이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최근 4개월 연속 하락세며, 11월 지수는 지난 2010년 8월 50.1 이후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화물연대 총파업 영향으로 공사 현장에 시멘트 등 건자재 운송에 어려움을 겪은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건설업계 위기감은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더 확산세다. 이는 건산연이 발표한 CBSI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대형건설사 BSI는 지난 10월 66.7에서 11월 50.0으로 한 달 만에 16.7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견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는 각각 0.1p, 9.6p 상승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부동산 급랭에 대형사도 휘청…주택사업 축소 등 내년 보수적 경영 강화
대형건설사의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진 것은 주택시장 위축 영향이 크다.
올해 주택 거래량은 예년의 반토막 수준에 그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주택 거래량은 44만9967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89만4238건보다 49.7% 감소했다. 주택시장 바로미터로 꼽히는 서울 감소폭은 55.1%로 전국보다 더 높았다.
미분양 주택은 10월 말 기준 4만7217가구로 한 달 전보다 13.5%나 증가해 5만가구에 육박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미분양 주택은 약 3배 수준으로 늘었다.
부동산 시장 위축은 대형건설사의 보수적인 행보로 이어졌다. 내년 사업 계획을 작성 중인 B 건설사는 2023년 분양 계획을 약 1만가구 줄인 2만가구 수준으로 잡았다. 주택사업을 줄이는 대신 토목, 플랜트 등 다른 분야의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신규 투자나 새로운 사업 추진 등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라며 "주택보다는 토목, 플랜트 등의 이익률이 낮아 실적 측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형건설사는 위기 대응이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견 건설사인 C 건설사 관계자는 "자금 조달 어려움을 겪은 롯데건설은 계열사로부터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냐"라면서 "돈줄이 마르면서 신규 사업 추진도 어렵고, 기존 현장도 공사비 증액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집값·자금조달·자잿값 상승 '트리플 악재'…"위기 확산 대책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위축, 자금 조달 어려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트리플 악재'가 겹치면서 지방 중견·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줄도산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올해 11월까지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 건수는 214건으로 1년 전(153건)보다 약 40% 증가했다. 부도 건설사도 올해 벌써 다섯 곳이나 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돌아보면 1~2년 동안 집값이 폭락해 주변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지면 미분양과 계약 해지 요구가 급증한다"며 "준공 후까지 미분양과 입주 거부가 늘어나 자금력이 약한 건설업체는 어음 등을 막지 못해 부도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단기간 금리가 급상승하고 높은 평균 LTV·높은 PF 조달비율로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 리스크가 훨씬 더 큰 상황”이라며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건설사업 금융경색 완화, 보유토지 대체사용방안 강구, 미분양·미입주 주택 해소방안 등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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