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123만명이 만든 기적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약 10㎞ 해상에서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의 크레인 부선이 충돌, 원유 12,547kl가 해상에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만리포 우체국 수련원에 근무하던 전희영(80)씨는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출근하자마자 저 멀리 바다에 검은 기름띠가 보였고, 이내 그 냄새는 숨쉬기조차 어려울 만큼 강해졌다. 썰물과 함께 밀려온 기름의 파도는 금세 해안가 전체를 뒤덮었다. 바다를 감싼 검은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에만도 10년의 세월이 걸릴 것이라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믿기 힘든 현실에 주민 모두가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태안 앞바다로 모여들였다. 겨울 바다에 주저하지 않고 들어가 양동이로 검은 기름을 퍼 날랐고 정성껏 바위를 닦았다. 전희영씨는 그날의 풍경을 이렇게 회상했다.
“차에서 내리는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저마다 큰 가방이 들려 있었습니다. 도움이 되기 위해 찾아 왔지만 보호복도 흡착포도 부족했습니다. 그들은 헌옷과 내복, 수건 등 흡착포를 대신 할 수 있는 옷가지들을 챙겨와 열심히 기름을 닦았습니다. 그리고는 준비해 온 비닐에 기름이 묻어 있는 그 모든 것을 담아 갔습니다. 그들의 가방에는 자신들의 끼니를 해결 해줄 점심 도시락도 들어 있었습니다. 몹시 추웠을텐데도 컵라면 하나 없이 차디찬 김밥 한 줄로 식사를 대신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의 노력 덕에 만리포는 기름유출 2달만에 눈에 보이는 대다수의 기름을 걷어낼 수 있었다. 세계를 놀라게한 이 기적같은 이야기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Memory of the World)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으로 등재됐고, 방제활동에 동참한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을 기리고자 2017년 9월 유류피해 극복기념관도 건립됐다. 유산과도 같은 모두의 노력이 푸른 바다에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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