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어르신, 팍스로비드라고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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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지난 2~4월 요양병원 입소자를 대상으로 팍스로비드 효능을 분석했는데, 중증 위험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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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코로나19(COVID-19) 먹는(경구용) 치료제 복용은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 운에 달렸다?
인천의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60대 여성 A씨는 이달 중순 코로나19에 걸렸다. 지정 병원에서 치료제를 처방받아 5일간 복용했다. 약이 써 먹는 데 불편했지만, 효과가 좋아서인지 약간의 목 잠김 증상을 제외하면 별로 아프지 않았다. A씨는 "'팍슨'인가 뭔가 맛은 쓰지만 효과는 좋은가보다"고 생각했다.
A씨는 운이 좋았다. 확진 뒤 찾은 병원의 의사가 알아서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처방해줬기 때문이다. A씨가 이름도 제대로 외우지 못한 그 약이다.
미국 제약 회사 화이자가 개발한 팍스로비드는 지난 1월 국내 도입됐다. 화이자에 따르면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이나 사망 위험을 약 89% 낮출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4월 요양병원 입소자를 대상으로 팍스로비드 효능을 분석했는데, 중증 위험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현장에서도 먹는 치료제가 중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단 평가가 우세하다. 고위험군에 신속한 치료제 처방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지금도 처방 대상 어르신 10명 중 6명 이상이 치료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달 둘째주(11~17일) 국내 60세 이상 코로나19 환자의 먹는 치료제 처방률은 37.6%다.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는 병원이나 의사가 마음만 먹으면 대상자 누구나 약을 처방 받을 수 있을 만한 수준을 갖추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의 처방률은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다.
치료제가 모자란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도 처방률이 30%대에 머무는 이유는 결국 정책 문제다. 환자별 병용 금기 약품 확인 등 처방 절차가 상대적으로 복잡한데다 현장의 의료진이 책임을 지기 싫어 처방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제재가 없어 처방 유인 효과가 약하단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의료현장에서 사용하는 전산 시스템인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을 활용해 의료진이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인 코로나19 환자에게 약을 주지 않을 경우 미처방 사유를 의무적으로 기입하도록 하는 등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치료제 처방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아쉬운 측면이 있다. 어르신들은 코로나19 먹는 치료제가 있고 무료로 처방 받을 수 있단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먹는 치료제의 이름도 생소하다. 젊은 성인들도 화이자, 모더나, 오미크론은 알아도 치료제 이름은 잘 못 외운다. 처방 대상인 어르신들은 오죽할까. 정부가 예방접종뿐 아니라 치료제 알리기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어땠을까.
정부는 곧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순차적으로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겨울철 재유행이 기승이다. 노마스크로 전환할 경우 고위험군의 감염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럴수록 고위험군의 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치료제 처방을 더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마스크 의무 같은 방역 조치에 정답은 없다. 이제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방역 전략을 치료제 중심으로 전환할 시기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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