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식 병무청장 "BTS 병역 이행에 큰 박수… 예체능 특례 점차 축소"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역 제도엔 "아직 초기… 평가는 시기상조"
(서울=뉴스1) 허고운 박응진 기자 = "현역병으로 입영해 많은 병역 의무자들에게 모범을 보여준 방탄소년단(BTS) '진'(30·본명 김석진)의 병역 이행을 응원합니다. 복무기간 항상 건강하길 기원하고, BTS 모든 멤버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이기식 병무청장이 BTS 멤버 '진'의 병역 의무 이행을 환영하며 항상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BTS의 맏형 격인 '진'은 이달 13일 경기도 연천 소재 육군 제5사단 신병교육대로 입영했다. 진은 이곳 신교대에서 5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자대에 배치될 예정이며, 전역일인 2024년 6월12일까지 1년6개월간 병역 의무를 이행한다.
그러나 '진'의 입대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 등에선 'BTS 활동에 따른 국위선양과 경제적 효과' 등을 이유로 '병역특례 혜택을 주자'는 주장이 제기돼 한동안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BTS 멤버 그 누구도 군에 가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들은 노래(어떻게 생각해) 가사에도 '군에 가겠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외부에서 '군에 보내야 한다' '보내선 안 된다'는 말이 나와 BTS에게 '화살'이 돌아갈 뻔 했다"고 지적했다.
이 청장은 "BTS 멤버들이 군에 다녀와 다시 '완전체'가 됐을 때 더 큰 인기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진의 입대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BTS는 진과 함께 RM,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등 모두 7명의 멤버로 구성돼 활동했다. BTS 측에 따르면 진에 이어 다른 멤버들도 "각자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병역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병무청장은 우리나라 청년들의 징집·소집 등 병무 사무를 관장하는 차관급 직책이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초대 병무청장에 발탁된 이 청장은 40여년간 군 생활을 한 예비역 해군 중장(해사 35기)이다. 해군 장성 출신 인사가 병무청장을 맡은 건 이 청장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병역의무 이행의 공정성 등을 고려해 예술·체육인에 대한 병역특례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단 뜻을 재확인했다.
현재는 관계 법령에 따라 클래식·국악·발레 등 42개 문화예술대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경우 현역 대신 보충역으로 편입돼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병역특례'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BTS와 같은 대중문화예술인은 이 같은 보충역 편입 대상이 아니어서 특례제 자체를 놓고도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현재 보충역으로 병역을 이행하는 방법엔 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 등 본인 특기 분야에 기여하는 것, 공중보건의·공익법무관처럼 사회 공익을 위해 복무하는 게 있다"며 "그러나 예술체육요원처럼 병역을 대회 입상에 따른 보상과 연계하는 게 올바른가에 대해선 여러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예능 분야에서 (보충역 편입을) 인정해주는 대회가 현행 법규 기준에 맞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라며 "기준에 맞지 않는 게 있다면 우선 정리하고, 그 다음 현 기준이 과연 적합한지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축구·야구 등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병역특례를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앞서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 4강,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4강 진출 때 대표팀 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부여했으나, 이후 형평성 논란 등이 불거져 관련 규정을 폐지했다.
이 청장은 "2002년 당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월드컵 출전 선수들이) 보충역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가 개정해 해당 규정을 없앴다"며 "그런데 이를 다시 개정해 관련 규정을 되살린다면 국민들로부터 '일관성 없는 정책'이란 질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윤석열 정부가 제일 먼저 제시한 화두가 '공정'"이라며 병역특례 확대를 위한 시행령 재개정은 "공정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정부가 (병역들 두고) 마치 선심 쓰는 것처럼 하는 정책도 이젠 나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안보환경과 병역자원이 충분한지 여부, 공정성, 형평성 등을 고려해 보충역 제도의 틀 내에서 예술체육요원 폐지·축소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며 "예체능 분야에선 갑자기 (병역) 특례가 없어지면 당혹스러울 테니 때문에 점진적으로 조정하겠다. 관계부처와 신중히 협의하고 국민 여론 등을 충분히 들어 최선의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청장은 2020년부터 이른바 '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 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고 있는 데 대해선 "아직 대체역 복무를 하다가 (정상적으로) 해제된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시행 초기인 만큼 그에 대해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올 11월 기준으로 총 2951명이 '양심의 자유에 따른 대체복무'를 신청해 2626명이 대체역 편입 판정을 받았고, 현재 1048명이 대체역으로 복무 중이다. 이들의 대체역 복무기간은 현역병보다 긴 36개월이다.
단, 대체역으로 복무 중이던 18명은 질병과 전공상, 생계 곤란 등을 이유로 이미 소집 해제된 상태다.
이 청장은 이들 대체역 복무자들 가운데 일부가 '복무 분야가 교정시설로 제한되고, 기간도 현역병보다 길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대해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충분히 존중할 것"이라며 "연내 나올 예정인 정책연구용역 결과와 병역 형평성, 군 사기,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병역과 인권이 조화된 대체역 제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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