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전시 병력 동원, 조건반사적으로 가능해야… 고민하면 늦어"

박응진 기자 허고운 기자 2022. 12. 2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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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식 병무청장 "UFS 기간' 미비점' 포착… 보완책 마련해 권고"
"내년 입영판정검사 확대… 사회복무요원 건강보험료 전액 지원"
이기식 병무청장이 21일 오후 서울지방병무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2.12.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허고운 기자 = 올 후반기 한미연합 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가 실시된 지난 8월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한 정부연습(을지연습)도 함께 진행됐다. 병무청은 이 기간 '전시동원계획'에 따라 전시에 증·창설하는 부대로 동원병력 자원을 적기에 충원할 수 있을지 여부 등을 점검했다.

병무청은 현장 실사 등을 통해 동원병력이 과연 적시에 집결지에 도착할 수 있는지, 집결지에 문제점은 없는지, 집결지에서 부대로 적시에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 이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우발상황은 무엇이고 그 대처법은 어떤 게 있는지 등을 따져봤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과 정치적 요인 등 때문에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재개된 전시동원계획 점검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현행 계획상의 '미비점'들이 포착됐다. 그동안의 교통여건 변화, 도시계획 변경에 따라 일부 장소엔 동원병력이 집결하기 어려워졌고, 동원병력이 목적지로 바로 이동하지 못할 경우 숙영이나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 등 지금까지 고려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병무청 관계자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전시동원계획이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지난 21일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전시동원계획은 동원병력이 무사히 집결하면 그대로 차량을 타고 (부대로) 가는 것으로 돼 있었다"며 "그러나 전시에 그게 순조롭게 이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청장은 "'전쟁이 나면 동원계획이 그대로 집행되겠지'란 생각만 했지 그 계획이 실제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지 따져보는 연습은 지난 몇 년간 실시하지 않았다. 전시 계획에 대해 굉장히 소홀했다"며 "그래서 삐걱거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하나하나 짚어봤더니 고쳐야 할 게 많더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그동안엔 '설마 전쟁이 일어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북한 행태를 보면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군의) 대비태세는 혹시 있을지 모를 그 한 번을 위해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병력동원에도 굉장히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부 이북 지역에선 더 힘들 것"이라며 "전시동원은 조건반사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상황이 벌어졌을 때 고민하면 이미 늦은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병무청은 이번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전시동원계획을 보완했다. 또 국방부·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의 '충무계획'(전시 등에 대처하기 위한 범국가적 계획)에도 이를 반영토록 요청했다. 특히 병무청은 전시동원계획이 실제 상황에서도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수시로 점검하고, 병력동원훈련을 내실화하기로 했다.

이기식 병무청장. 2022.12.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다음은 이 청장과의 질의응답 주요 내용.

-병무청장에 취임한 지 7개월이 지났다. 소감이 어떤가.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감명을 받았다. 자기 업무에 통달해 있을 뿐만 아니라 빠르게 일을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 '공정성'을 앞세워 일한다. 과거엔 '병무청' 하면 떠오르는 게 '병무비리'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제도도 많이 바뀌었고, 우리 직원들 생각도 완전히 바뀌었다. 병무청에 굉장히 많은 민원이 들어오는데, 하나하나 친절히 응대하는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최근 병역자원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군의 요구 수준에 맞는 사람을 군에 보내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그것을 충족시키면서 병역 판정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신체등급 4급(보충역) 판정기준 가운데 현역 처분이 가능한 질병 등을 추가 발굴해 국방부와 협의를 거친 뒤 향후 검사규칙 개정 때 반영하고자 한다. 다만 정신과 질환을 앓는 사람이 군에 오면 지휘 부담이 생기고 부대 단결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정신과 질환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은 과감히 5급(전시근로역) 판정을 내리는 등의 정책을 구현하려고 한다.

-인구절벽 등 때문에 모병제 도입이 불가피하단 의견이 있다. ▶우리 안보환경을 고려하면 가까운 시기에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긴 어렵다. 섣불리 모병제를 도입했다가 우리 군이 요구하는 병력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안보 공백이 커진다. 또 모병제로 (장병들의) 보수가 높아질 경우 연금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모병제 도입은 이 모든 걸 신중히 검토한 뒤 여론 수렴과 국민적 합의를 거쳐 판단할 사안이다. 지금은 '국방혁신4.0'(윤석열 정부의 국방개혁안)과 연계해 군이 필요로 하는 기술·역량을 갖춘 우수 병역자원을 확보해 적재적소에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병역면탈 수법 다양화엔 어떻게 대처할 건가. ▶과거엔 병역면탈을 위한 고의 체중 증감, 신체 손상 등이 많았던 반면, 최근엔 정신질환 위장 등 유형이 늘고 있다. 향후 보다 더 철저한 병역면탈 근절을 위해 국회 등과 협력해 병무청 특사경(특별사법경찰)의 직무범위와 광역 수사조직을 점차 확대해갈 계획이다. 또 신체검사 통지서와 병역면탈 예방 안내문을 함께 발송하는 등 병역면탈 행위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거다.

-최근 병역기피자 명단도 공개했다. ▶현재 병무청 특사경이 수사할 수 있는 건 병역면탈자뿐이다. 병역기피엔 수사권이 없다. 우리 특사경의 수사권을 넓혀준다면 병역기피자 색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다. 행방불명자는 고용·건강보험 가입 이력과 취업정보 등 유관기관 정보를 활용해 소재를 파악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 때문에 자료 확보에 제한이 있다. 유관기관 자료 요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병역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에 대한 병역특례 적용 요구가 많았다. ▶BTS 멤버 그 누구도 군에 가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들은 노래(어떻게 생각해) 가사에서도 '군에 가겠다'고 했다. 맏형 '진'(본명 김석진)이 이달 13일 입영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 현역병으로 입영해 많은 병역 의무자들에게 모범을 보여준 그의 병역 이행을 응원한다. 복무 기간 항상 건강하길 기원하고, 젊은 청년으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병역 의무를 감당하기로 한 BTS 모든 맴버들에게도 큰 박수를 보낸다. BTS 멤버들이 군에 갔다 와 다시 '완전체'가 됐을 때 더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기식 병무청장. 2022.12.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반대로 예술체육인에 대한 병역특례 폐지 주장도 있다. ▶예술체육요원에 대해선 대회 입상 등 성과 보상을 병역과 연계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 의식이 있다. 그래서 줄여야 할 게 있으면 줄이려고 준비하고 있다. 기존 법규의 기준 중 (법과) 맞과 맞지 않는 게 있다면 우선적으로 정리하는 등 점진적으로 조정할 생각이다. 내년엔 결과물이 나올 거다.

-4년 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을까. ▶2002년에 병역법 시행령 개정으로 월드컵 16강 이상 성적을 거뒀을 때 체육요원 편입이 가능했으나, 형평성 등을 이유로 2008년 폐지됐다. 그런데 또다시 이를 개정한다면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많은 국민에게 질타를 받을 거다. 이젠 정부의 선심성 정책이 나와선 안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는 어떤가. ▶대체역 복무자 중 일부는 복무 분야가 교정시설로 제한돼 있고 복무기간도 현역병보다 길다는 등의 이유로 지나치게 '징벌적'이라고 주장한다. 또 일부는 헌법소원을 청구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병무청은 올해 나올 대체역 제도 발전을 위한 정책연구용역 결과와 헌재 판단, 병역의 형평성, 군 사기, 국민 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병역과 인권이 조화된 대체역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한 공기업에서 승진 심사시 군 경력을 배제하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강제할 순 없지만 공기업과 사기업이 (직원 관련 평가 등에서) 군 가산점을 반영해줬으면 좋겠다. 최근에 일부 대학에선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간 학생을 결강 처리한 일도 있었다. 이런 일이 누적되면 사람들이 군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갖게 된다. 사회가 군 복무 중인 사람과 복무했던 분들에 대해 존경과 예우를 해줬으면 좋겠다.

-내년 6월부터 정부 행정에 '만 나이'가 도입되는데 병역법은 계속 '연 나이'를 유지하나. ▶'병역법'에서 만 나이를 적용하면 병역 의무자별로 병역이행 가능 일자가 달라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병역 의무자별로 매일 입영 통지작업을 해야 하는 행정의 비효율 등도 예상된다. 적기에 병력 충원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병역법에선 현행과 같이 '연 나이'를 적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개정 '행정기본법'에서도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엔 '만 나이' 적용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법체계상 갈등 소지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병역명문가'에 대한 민간 분야 혜택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있다. ▶민간 분야에선 각 대학병원 진료비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엔 한양대 병원, 대전대 부속 한방병원과 관련 협약을 맺었다. 또 KB국민은행과 함께 병역명문가에겐 대출 이율을 낮추거나 적금 이율을 높여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금융·의료 등 민간 분야 협력을 지속 확대해 병역명문가기 실제 피부에 와 닿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다. 무엇보다 국가에 헌신한 분들을 예우해야 한다는 국민 생각이 중요하다.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헌신에 대한 예우가 달라져선 안 된다.

-병무청의 새해 중점 추진 계획이나 사업이 있다면 ▶그동안엔 입영판정검사를 군부대에 와서 하는 바람에 훈련소(신교대)에서 1주일간 있다가 귀가 조치되는 사례가 있었다. 이 경우 개인의 인생 계획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 군에 가기 전에 병무청에서 입영판정검사를 받는 대상을 2025년까지 점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부턴 해·공군 기본군사훈련단과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는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병무청에서 입영판정검사를 한다. 이와 함께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건강보험료 전액 지원과 현재 6개 지역에 설치된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를 내년엔 수원·인천에 추가 설치할 거다. 앞으로 모두 12개 지역에 설치할 예정이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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