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가리더십의 역할

양창균 2022. 12. 23.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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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지난 2008년 1년 간 짐바브웨 물가상승률은 2억% 이상이라는 천문학적 수치를 기록했다. 1원에 구매했던 제품이 1년 뒤엔 200만 원으로 치솟은 셈이다. 하이퍼 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다.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급격한 물가인상을 의미한다.

화폐 가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경제에 혼란이 발생하고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 인접국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화장실에는 '변기에는 화장지만 버리고 짐바브웨 돈은 변기에 버리지 말라'는 경고문까지 붙였다고 한다. 짐바브웨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순련된 노동력, 꾸준한 관광객 유입 등으로 아프리카의 성공사례로 평가되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도 평균 4~5%의 실질경제 성장률을 기록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1990년대 시작된 대통령 무가베(Robert Gabriel Mugabe)는 성공적으로 평가받던 짐바브웨를 지옥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다. 무가베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대규모 연금 지급과 조세 인상, 농지개혁 등이 복합적인 악재로 작용하면서 나온 참담한 결과였다. 고통은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Vladimirovich Putin) 러시아 대통령 역시 어긋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세계 1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자원 부국에 걸맞지 않게 경제는 위기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 경제가 올해(-6%)와 내년(-3.5%)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짐바브웨 수준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물가상승률 역시 살인적이다. 러시아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대를 유지해오다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부터 16.7%로 급상승해 4월에는 17.9%로 정점에 달했다.

이후 소폭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록 중이다. 전쟁 비용 마련을 위해 향후 2년간 소득세 대폭 인상, 전기·상수도 등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국민들에게 악재다. 푸틴 대통령의 군사 동원령 역시 러시아 경제에 설상가상이다. 러시아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심화하고 물가 상승도 자극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 또한 푸틴 대통령이 쏘아올린 전쟁의 후유증을 러시아 국민이 고스란히 받고 있는 셈이다.

푸틴 대통령을 둘러싼 망명설이나 건강 이상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계 안보와 경제에도 적지 않은 충격파를 던졌다.

전쟁은 에너지·식량 대란과 물가 폭등을 불러옴으로써 세계 경제에 초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물가 지옥이란 수식어가 붙은 베네수엘라도 몸살을 앓고 있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수백만% 치솟기도 했고 현재도 수천%에 이르고 있다.우고 차베스(Hugo Chavez) 전 대통령과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현 대통령까지 22년 이어진 장기집권이 낳은 병폐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나랏돈이 부족해지자 화폐를 마구 찍어냈고 결국 지금의 물가 지옥에 처하게 됐다.

물가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올해 1∼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1% 상승하면서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상회했다. 한국경제의 약한 고리인 대외리스크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충격을 줄 땐 그 파장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다양한 컨틴전시플랜을 짜고 미리 방파제를 쌓아야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대통령 임기를 지낸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는 지금도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베스트 3에 드는 대통령이다. 세계 경제 대공황(Great Depression) 중에 루스벨트는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얼마 뒤엔 세계 2차 대전까지 맞딱뜨렸다.

복합적 위기 속에서도 루스벨트 대통령의 리더십은 더욱 빛났다.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대통령으로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국가의 운명뿐 아니라 세계사적 큰 줄기를 바꾼 셈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그간 경험하지 못한 미증유의 복합위기와 패러다임 전환기에 직면하고 있다. 째깍째깍 위기상황으로 흐르는 한국경제는 루스벨트같은 국가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

위기 극복의 의지와 지혜를 발휘할 리더십이 간절하다.

/양창균 기자(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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