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0분만에 찾은 장애인용 쇼핑카트 "부딪히고 손 안 닿고"…반쪽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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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6시50분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형마트를 방문한 김민성씨는 10여분간 장애인용 쇼핑카트를 찾아 헤매다 포기하고 점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안내에 따라 주차장 입구에서 장애인용 쇼핑카트 3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벽에는 '장애인 전용 쇼핑카트 대여 안내'라는 글귀가 적힌 A4 용지 한 장만이 붙어있었다.
쇼핑을 마친 김씨는 "비장애인용 쇼핑카트를 끌고 대형마트에서 쇼핑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에 비하면 훨씬 편하고 덜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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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 "취지 좋지만 유명무실"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장애인용 쇼핑카드가 어디 있나요"
지난 21일 오후 6시50분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형마트를 방문한 김민성씨는 10여분간 장애인용 쇼핑카트를 찾아 헤매다 포기하고 점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안내에 따라 주차장 입구에서 장애인용 쇼핑카트 3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에도 안내 표지판은 없었다. 벽에는 '장애인 전용 쇼핑카트 대여 안내'라는 글귀가 적힌 A4 용지 한 장만이 붙어있었다.
올해 7월28일부터 장애인·노인·임신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3000㎡ 이상의 대형마트에는 최소 3개 이상의 장애인용 쇼핑카트 비치가 의무화됐지만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김씨와 동행에 나섰다.
◇ 쇼핑 시작부터 '난관' 연속…곳곳에 장애물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쇼핑카트를 휠체어와 연결하는 작업부터 쉽지 않았다. 김씨는 "수동으로 연결하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연결됐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본격적으로 장보기에 나서자 불편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김씨가 구매하려던 샴푸는 손이 닿지 않는 높은 선반에 있었다. 잠시 상품을 쳐다보던 김씨는 어쩔 수 없이 손이 닿는 다른 브랜드의 샴푸를 선택해 카트에 담았다.
장애인용 쇼핑카트는 일반 쇼핑카트보다 바퀴 간 간격이 더 넓다. 이 때문에 매대 사이를 지날 때 장애물에 계속 부딪혔다. 바닥에 방치된 줄, 소화기 그리고 전시 상품도 큰 걸림돌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지막 단계인 '계산'이었다. 계산대 간 간격이 너무 좁아 장애인용 쇼핑카트가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김씨는 휠체어를 돌려 '셀프 계산대'로 향했다. 하지만 키오스크와 카드 리더기의 위치가 너무 높아 팔을 뻗고 엉덩이를 들썩거려도 손이 닿지 않아 계산할 수 없었다.
법에서 정한 장애인용 쇼핑카트만 비치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매대 사이 간격을 넓히고 카드리더기 높이를 낮추는 세심한 배려는 없었다.
물론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쇼핑을 마친 김씨는 "비장애인용 쇼핑카트를 끌고 대형마트에서 쇼핑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에 비하면 훨씬 편하고 덜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대형마트의 경우 여러 층을 이동해야 하는데 장애인용 쇼핑카트를 장착하면 무빙워크를 사용 못 한다고 하는 게 큰 아쉬움"이라며 "3000㎡ 이하 마트는 장애인용 쇼핑카트가 없고,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좋은 취지에는 동의하지만…장애인용 쇼핑카트 유명무실"
김씨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대다수 전동휠체어와 바퀴가 큰 수동휠체어는 장애인용 쇼핑카트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
장유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제도 개선 솔루션 담당자는 "모든 휠체어가 동일한 규격이 아니고 맞춤형 휠체어가 대부분인데 국내에서 유통되는 장애인용 쇼핑카트는 사실상 하나밖에 없다"며 "장착이 안 되는 전동휠체어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좋은 취지와 의도에서 시작된 건 동의하지만 쇼핑카트 규격이 다양하지 않고 법에 최소한의 규정도 없어서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 측은 "개정된 법에 전동휠체어용 관련 규정이 전혀 없다"며 "장애인용 쇼핑카트 제작업체와 구매자도 한정돼 한가지 규격으로 받아올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대형마트 3사 모두 동일한 규격의 장애인용 쇼핑카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안전성 문제로 수동휠체어를 기본으로 한국산업표준(KS) 규격까지는 호환될 수 있게 쇼핑카트를 제작했다"며 "휠체어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시중에 판매하는 모든 휠체어에 맞는 카트를 만들 수 없다"고 밝혔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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