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락 목사 아내, 희귀 우울증+치매 “장애아에 바친 삶 의심받아”(특종세상)[어제TV]

서유나 2022. 12. 23.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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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유나 기자]

이종락 목사 아내의 안타까운 병세가 전해졌다.

12월 22일 방송된 MBN 밀착 다큐멘터리 '특종세상' 562회에서는 13년 간 베이비 박스를 통해 2,034명의 아이를 살린 이종락 목사 부부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베이비 박스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가는 장소. 이종락 목사 부부는 2009년부터 이런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며 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살렸다.

이종락 목사는 "(2005년) 꽃샘추위 때 새벽 3시 20분인가 됐다.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았는데 '미안합니다. 못 키워서 대문 앞에 갖다 놓았습니다'(라고 하더라). 쫓아나가 보니 정말 작은 박스가 있었다. 이 아이를 보듬고 계단을 올라오는데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자칫 잘못하다가 이 아이들의 시신이 발견되겠구나 (싶더라)"고 국내 최초로 베이비 박스를 만들게 된 계기를 전했다.

물론 이종락 목사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그가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데엔 아내의 묵묵한 지원이 크게 작용했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화도 났지만 결국 눈에 밟힌 아이들을 자식으로 품은 그의 아내.

앞서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드롭박스'가 미국에서 개봉해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하면서 이종락 목사는 지난 9월 외국에서 큰상을 받았다. 이때 그는 수상 소감을 통해 "아내가 많은 고생을 했는데 지금은 많이 몸이 아파 오히려 아기가 되었다. 돌봄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고 아내의 아픈 현 상태를 전함과 동시에 감사를 전했다.

이날도 이종락 목사는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게 사실 내가 아니라 아내. 뒤에서 내조하는 이 부분. 2천 명이 넘는 아이들의 할머니가 되고 엄마가 됐다. 상받을 분은 저분"이라며 아내를 향한 고마움을 내비쳤다.

다만 아내의 상태는 현재 무척 좋지 않았다.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아내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전화를 걸어와선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퇴원을 고집하고, 또한 "이종락은 그저 그냥 자기 자신만 헤아리지 누가 죽든지 말든지 신경을 쓰냐. 언제 신경 썼으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 지금까지도 오로지 부려먹기만 하고 온갖 시련에 궂은일 다 줘놓고 이제 와서 어떻게 한다고? 젊어서도 못 한 걸 늙어서 한다고? 됐다"며 모진 말로 원망을 쏟아냈다.

이종락 목사는 이런 투정을 묵묵히 받아들이다가 전화가 일방적으로 끊긴 뒤, 사모님 상태가 어디가 안 좋냐는 질문에 "극한 우울증에 치매. 이건 희귀병이라더라. 꿈을 꾼다든지 자기가 생각을 하는 게 현실로 나타나는 것. 남들이 보기엔 거짓말한다고 생각하고 근데 자기는 이게 진심"이라고 설명했다. 아내는 5개월 전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상태였다.

이종락 목사는 아내의 이런 상태를 본인 탓했다. 과거 술을 끊지 못했던 그는 결혼 후 이듬해 첫딸이 태어나고도 본인조차 건사하지 못해 번번이 직장에서 해고됐다. 그럼에도 아내는 이종락 목사를 믿고 기다렸다. 뒤늦게 신학 공부를 시작한 이종락 목사를 분식집을 운영하며 내조하기도 했다. 이종락 목사는 "너무 고생 많이 했다"며 아내의 희생을 인정했다.

이종락 목사의 친딸 역시 엄마의 상태를 "많이 맺히신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운한 것, 힘든 것을 표현 못하고 내내 다 해오다 한순간에 내려놓으며 허한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와 병이 온 것 같다고.

이후 이종락 목사와 딸은 일주일 전 입원한 아내를 만나러 갔다. "까꿍 달링"이라며 포옹하는 이종락 목사를 아내는 "아까는 죽일 듯이 하더니"라면서도 반가워했다.

그러나 곧 "어떻게 이렇게 참고 살았나 싶다. 식당을 하며 신학공부를 다 시켰다. 헌신한 게 말로 못 한다. 생각하니 내가 미쳤었나 보다"며 이내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 내 사명이려니 참고 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 내가 그래서 나가려고 해도 여기서 내보내주질 않는다"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아내는 3년 전 친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평생 장애아들에게 헌신했던 선의까지 의심받으며 달라진 상황. 그럼에도 여전히 "제가 병원에 있는데도 아이들이 울고 부르짖어서 쫓아가서 업어주고 싶기도 하고 안아주고 싶기도 한데 그게 맘대로 안 된다"라며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이종락 목사는 아내의 상태에 대해 그저 자신을 탓했다. 그는 "항상 복작복작하니까 아내를 위로하고 좋은 말 할 여유조차 없었다. 다른 사람한테는 굉장히 인색함 없이 관대한데 우리 식구들에겐, 특히 아내에겐 굉장히 인색했던 것 같다"며 "원인은 나. 이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회한을 털어놓았다. 이어 다행히 하루하루 상태가 좋아지는 아내에 "한숨 놓았다"며 건강해지면 데이트를 자주 다닐 계획임을 밝혀 뭉클함을 안겼다. (사진=MBN '특종세상' 캡처)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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