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중국 행렬, 韓 소부장 강화 기회…"일본 제치고 유치해야"

한지연 기자 2022. 12. 2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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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물=최헌정 디자인기자


미중 패권 경쟁 심화, 코로나19(COVID-19) 등 공급망 불안으로 탈(脫)중국을 고려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인접국가인 한국과 일본 간 유치전도 달아오를 전망이다. 특히 소부장 기업들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한국 경제의 중심인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산업군인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경쟁국인 일본보다 더 신속하고 적극적인 유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팀에게 의뢰해 22일 내놓은 '글로벌 소부장업체 국내 투자유치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위치한 다수의 글로벌 소부장업체들이 탈중국을 검토 중이다.

주중 EU(유럽연합)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된 투자를 중국이외 국가로 이전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비중은 23% 나타났다.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 상하이 미국상의가 주중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3분의 1 가량이 중국에 계획했던 투자를 이미 다른 국가로 돌렸다고 답했으며, 이는 작년보다 2배 늘어난 수치다.

반도체 장비사인 네덜란드 ASML과 미국의 KLA, 램 리서치는 지난 10월 중국 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지원 중단 등을 결정했다.

소부장 기업들의 탈중국 시도는 한국에겐 2019년 일본 수출규제에 이은 또 한번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취약한 소부장 관련 공급망을 보완하고 산업 생태계는 업그레이드해 기존 제조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한국은 특히 반도체 장비 쪽이 약한만큼 앞으로 2~3년간 이어질 소부장 기업들의 탈중국 흐름을 국내 산업생태계의 투자 유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부장은 축적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만큼, 업스트림(upstream, 원재료 채굴·가공 등 공급망의 초기단계에 가까운 후방산업)뿐만 아니라 다운스트림(downstream, 완제품 생산·판매 등 최종소비자와 가까운 전방산업) 분야가 필요하다. 아세안이 아닌 한국과 일본이 강력한 이전 후보로 떠오른 이유다.

중국과의 지리적 접근성이 높은 점과 문화적으로 이질성이 낮은 것도 강점이다. 보고서는 "소부장업체들이 완전 철수보다는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하는 차원으로, 생산된 제품을 중국시장으로 다시 공급하는 것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며 " 생산공정에 대한 투자는 일부 철수하더라도 판매시장으로서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이 큰 중국시장을 포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각물=최헌정 디자인기자


전문가들은 결국 한국이 탈중국 소부장 기업들의 유치전에서 일본에 승리하기 위해선, 더 빠르고, 더 획기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대체후보지로서의 요건 자체는 일본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는 "중국을 이탈하려는 기업들의 성향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존 외자기업들이 생산시설과 R&D(연구개발)센터를 이전할 때 손실최소화 전략을 출구전략으로 주로 택했다면, 현재 탈중국하려는 외자기업들은 최대한 빠른 이전을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투자유치 정책이 제공하는 최대혜택을 이미 다 향유한 경우가 많고, 봉쇄정책과 미중경쟁 심화에 따른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의 국내유치를 위한 속도감 있는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지원책으로는 빠른 이전을 원하는 외국기업들의 비자, 세제, 환경, 입지 문의에 대한 원스톱 지원 서비스 확대 보강이 꼽혔다. 아울러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장비와 공급망 안정품목을 보유한 외국기업들의 생산·연구시설 이전에 대해서는 세액공제와 규제완화 특례 등 국내기업과 동일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또 보고서는 해외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의 크기를 투자기간에 비례하도록 설계해 국내 소부장 생태계를 중장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해외인력에 대한 비자(E7) 발급과 체류여건 완화에 대한 주문도 있었다.

김 팀장은 "정부뿐만 아니라 전후방의 기업들 역시 나서 소부장 기업들이 한국으로 옮겨오면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등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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