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진짜 세대교체
'오너도 아닌데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를 몇년간 계속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엔 주인이 없다. 신한·KB·하나금융의 최대주주는 모두 국민연금공단이고 우리금융 최대주주는 우리금융 사주조합(우리은행 사주조합과의 합산)이다. 신한금융은 341명의 재일교포 주주들이 출자금을 모아서 만든 신한은행이 모태이고 여전히 재일교포들이 추천한 인사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따로 주인이 있는 건 아니다. 우리금융 역시 과점주주 형태로 민영화했다고 하지만 과점주주들을 주인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주인이 없다보니 그동안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연히 인사에도 개입했다. 금융권에서 회자됐던 '4대 천왕'만 생각해봐도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옛날 얘기다. 금융회사가 민간회사라는 인식이 커졌다. 노골적인 인사개입도 사라졌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장기 집권하는 금융회사 CEO를 견제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주인 없는 금융사에 CEO 우호세력이 돌아가면서 인사하는 이른바 '내치'가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고인 물이 썩는다'를 비롯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과 비교하면서 생긴 이유도 있다고 본다. 공직자윤리법 때문에 일정 직위 이상의 금융당국자는 퇴직후 3년간 직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와 업무관련성이 있는 곳에 취업할 수 없다. 심사를 받아 옮기는 사례도 있지만 극히 제한적이다. 사실상 퇴직후 3년간 갈 곳이 없는 셈이다. 민간회사에 있다가 나라를 위해 일해보겠다며 공직에 발을 디디려다가도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가 퇴직공무원 취업제한제도다. 영광스러운 장관 후보 자리를 고사하는 이유 중 하나도 '돈'이다. 여기에 가족마저 반대하면 명예나 애국심에 호소해도 소용없다. 반면 주인없는 금융회사에서 '직업이 CEO다, 임원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호사를 누리는 이들이 당국자가 보기엔 '눈엣가시'다.
'힘'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배 아픈걸 참을 수 있겠지만 옛날과 비교하면 가진 힘도 별로 없다. 한때 금융당국이 CEO를 제재하면 금융사 CEO는 꼬리내리기에 바빴다. 반기를 들어 소송한다는 건 생각하지도 않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수순이었다. '영'이 과하게 서다보니 부작용이 생겼다. 논리를 세우고 다듬는 노력을 덜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언제나 옳고 금융사는 언제나 틀리다'라는 고집만 세졌다. 그러다 시대가 변했고 금융회사가 반기를 들었다. '내공'이 떨어졌으니 결과는 뻔했다. '검투사'로 알려진 인사는 자리에서 물러난 뒤 '명예회복'을 위해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최종 승소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6월 채용비리 관련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받은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완승했다.
배 아프고 내공까지 떨어졌으나 금융당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에 새로운 CEO가 오면, 특히 힘 있는 CEO가 오면 과거의 권위만 되찾으려고 했다. 그들만의 조직 논리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옛날 사람들은 몰아내자'라는 무언의 주문을 받은 새 CEO는 타협을 택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렇게 과거의 '관치'는 지속됐다.
최근 변화가 생겼다. 젊은 금융당국 CEO가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나이만 젊어진 게 아니라 생각도 젊어졌다. 권위만 챙기려는 모습은 사라졌다.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인 논리에 근거를 두고 업무를 처리하는 이들이 주요 자리를 꿰찼다.
세대를 교체했다고 하루 아침에 조직 문화가 바뀌진 않겠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그렇게 내일이 쌓이면 '관치'도 사라질 것이다. 그래야 과거와 결별하는 진짜 '세대교체'가 완성된다.
이학렬 금융부장 tootsie@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이선희 팬덤 "이승기, 스승 루머에 방관…후크가 명확히 밝혀라" - 머니투데이
- 김신영 "지인에 금품 요구·협박 시달려"…가해자 檢구속 송치 - 머니투데이
- 마동석 "출연료 못받아 하차 고민"…'하이브' 촬영 중단,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광고료도 빼돌려"…이승기, 후크 권진영 고소 - 머니투데이
- 김구라 "매니저한테 4000만원 車 선물…10년간 일한 사이" - 머니투데이
- 미국서 HBM 패키징 공장 짓는 'SK하이닉스' 인디애나주 법인 설립 - 머니투데이
- 인증샷 투명곰에 최현욱 나체가…빛삭했지만 사진 확산 - 머니투데이
- 수능에 '尹 퇴진' 집회 사이트가 왜 나와…논란된 문제들 봤더니 - 머니투데이
- 영국·스페인 일간지, X 사용 중단 선언..."가짜뉴스 확산 플랫폼" - 머니투데이
- 슈주 예성, 김희철 때렸다?…"공연 때문에 다퉈, 눈물 흘린 건 맞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