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 작가도 동시로…‘올해의 좋은 동시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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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동시는 크게 성장한 모양새다.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 편집위원인 이안 시인은 "기성 시인들이 동시 쪽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우리 동시의 체력이 강해지고 다양성도 생겼다"고 말한다. 동시마중>
그런 시들을 추려 <올해의 좋은 동시 2022> 가 나왔다. 올해의>
권영상, 김제곤, 유강희, 이안 시인과 함께 기획총괄을 맡은 안도현 시인은 21일 기자회견에서 "19종의 잡지에 발표된 동시들 중 150여편으로 줄이고 최종 63편을 골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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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좋은 동시 2022
권영상·김제곤·안도현·유강희·이안 외 지음 l 상상 l 1만4000원
올해 동시는 크게 성장한 모양새다.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 편집위원인 이안 시인은 “기성 시인들이 동시 쪽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우리 동시의 체력이 강해지고 다양성도 생겼다”고 말한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쓴 소설가 이만교도 ‘까진’ 동시를 보탰다. 하지만 막상 도서관에선 신간 동시집을 보기 쉽지 않다. 그 많은 동시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엄마 아빠도 알 수 없는 ‘나’와 같은 마음은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엄마 아빠 다툰 날,/ 두 사람 사이에 낀 나/ 끔찍해// 더 끔찍한 건/ 이종우와 고아라 사이에 내가 끼여 삼각관계가 됐다는 소문이 돈다는 거지// 정말,/ 더욱더 끔찍한 건/ 엄마와 아빠가 다퉈 벌어진 틈/ 어떻게 메워야 하나 생각하느라/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야// 진짜,/ 말도 안 되게 끔찍한 건/ 이종우와 고아라 사이에 엄청나게 큰 틈이 생기길/ 바라고 있는 거지”(‘틈바구니’, 박소이)
이런 마음은? “서점에 갔다/ 윤지가 읽는다고 했던// 책이 같은 걸로 두 권 나란히/ 꽂혀 있기에// 가만히/ 그 앞에 머물렀다// 그 안에/ 윤지가 습지에 사는/ 곤충처럼// 밤과 낮을/ 지내고 있을 것 같았다// 윤지는 물론/ 지난여름에/ 이사 간 아파트에, 그대로// 그 애가 좋아하는/ 식물들의 산책로 너머// 수많은 윤지들의 창문/ 안쪽에// 조그맣게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윤지가 좋아하는 그 책은 결국 열어 보지 않기로 했다// 왠지 나 모르게,/ 놀고 있을 것 같았다”(‘겨울 채집’, 전율리숲)
그러니 도서관 예산을 축소하겠다는 어른들이 고울 리 없겠다. 곱지 않다. 아이들의 눈을 좇는다면 그리운 건 그립고 고운 건 고울 뿐이라, 사랑해 떠난다느니 부러우면 진다느니 말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아이의 시구이긴 어렵지 싶다.
간질간질 이런 마음까지도. “…// 순간 훔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얼마든지 훔쳐도/ 들키지 않을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할머니는 나타난다.// 후문에 있는 할머니 문방구엔 물건이 없을 때가 많다./ 그래도 나는/ 할머니 문방구로 간다.”(‘할머니 문방구1’ 부분, 이만교)
그런 시들을 추려 <올해의 좋은 동시 2022>가 나왔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0월까지의 신작들 대상. 여느 때와 달리 만 3년 차 코로나, 전쟁, 재해의 그늘이 깊다. 권영상, 김제곤, 유강희, 이안 시인과 함께 기획총괄을 맡은 안도현 시인은 21일 기자회견에서 “19종의 잡지에 발표된 동시들 중 150여편으로 줄이고 최종 63편을 골랐다”고 말했다. 김제곤 평론가는 “타이틀에서 ‘좋은’이란 수식어는 ‘완전무결함’보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지닌 무엇’으로 이해되었으면 한다”며 “동시는 세대를 넘어서고 성별이나, 인종, 계급을 아우르는 감수성에 그 어떤 장르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장르다”고 말한다.
이 말은 증명 가능하다, 도서관에도 없을지 모를 이 시들을 지쳐 되뇐 한겨울밤에도 말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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