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을 진실되게 살면 된다, 애벌레처럼 [책&생각]

최우리 2022. 12. 23. 05: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칠 때가 있다.

반면 애벌레들은 참 걱정 없어 보인다.

저자인 소설가 이상권은 이 책을 "애벌레에 대한 서사시"라고 표현했다.

주홍박각시 애벌레, 대왕박각시 애벌레, 매미나방 애벌레 등 12종의 애벌레와 함께한 순간의 지혜가 기록돼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로하는 애벌레
한없이 낯선 세계가 우리에게 전하는 아주 오랜 지혜
이상권 글, 이단후 그림 l 궁리 l 1만7000원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칠 때가 있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불편하고 혼자 있고 싶다. 하지만 혼자 살 수 없는 게 이 세상이다. 반면 애벌레들은 참 걱정 없어 보인다. 가만 보니 현재에 주목하고 과정에 충실할 뿐이다. 자기 몸에서 실을 뽑아 번데기로 살아갈 집을 짓는다. 욕심 없이 중력이 허락하는 만큼의 가벼운 집 한 채면 충분하다. 꿈틀거리는 몸짓만으로도 충분히 역동적이며 가치 있는 삶일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만 같다. 이 작고 신비로운 존재 앞에 욕심 많고 복잡한 인간은 겸손해진다.

저자인 소설가 이상권은 이 책을 “애벌레에 대한 서사시”라고 표현했다. 주홍박각시 애벌레, 대왕박각시 애벌레, 매미나방 애벌레 등 12종의 애벌레와 함께한 순간의 지혜가 기록돼 있다. 바람이 부는 날 애벌레가 그냥 바람을 타고 나무에 매달려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저자는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는 마음속 굳건함만 있다면 바람에 자신의 몸을 맡긴 채 애벌레처럼 흔들려도 좋다는 것을 깨닫는다. 작가의 딸 이단후가 애정을 담아 애벌레와 번데기, 나방, 개미 등 그림을 그렸다.

뱀을 닮은 주홍박각시 애벌레. 그림 ⓒ 이단후

“인간의 욕망이 아닌 다른 생명체의 겸손함을 통해서 행복을 느끼다니, 그것만큼 고마운 해탈이 있을까?”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애벌레와 나눈 교감을 설명했다. 마음이 어지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애벌레에게 의지해보자. 물렁물렁한 속살을 그대로 내어놓아 세상에서 가장 연약해보이는 애벌레는 오히려 담담하다. “삶을 회피하지 않고 순간순간을 진실하게 살면 됩니다”라며 오히려 애벌레가 당신을 위로할지도 모른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