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조선시대 ‘양반 여성’은 어떻게 살았을까

최재봉 2022. 12. 2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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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조선 시대 양반 여성들이 노동에서 제외되었으리라는 것 그리고 독서와 글쓰기 같은 문자 활동에서 소외되었으리라는 것은 그들에 대해 품는 가장 큰 오해들이다.

조선 시대에 비해 현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능력과 역량에 대한 사회적 인정은 여전히 불충분하다." 조선 시대 여성들의 본모습을 확인하는 작업이 지금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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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자들, 책갈피를 걸어 나오다

조선시대 양반 여성의 재발견

최기숙 지음 l 머메이드 l 2만2000원

조선 시대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에서 익히 보았던 것이 그들의 진짜 모습일까. 고전문학자인 최기숙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의 책 <이름 없는 여자들, 책갈피를 걸어 나오다>는 3천여 편의 문헌 자료를 분석해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조선은 남성 중심 사회였기 때문에 기록을 작성한 것 역시 주로 남성들이었다.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적은 사례는 많지 않았다. 다행히 당시에는 죽은 이의 생애를 글로 남기는 문화가 있었다. 인물의 일대기를 간략하게 적은 전이나 행장, 묘비에 새긴 생애 정보, 죽음을 애도한 제문이나 애사 등이 그것들. 이런 기록의 작성자 역시 대부분 남성이었지만, 그 기록들이 감추거나 왜곡한 것을 들추고 바로잡음으로써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되살리는 것은 가능하다.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역사가 “쓰면서 지워낸” 여성 이야기를 복원해내는 것이 최 교수의 연구 방식이다.

김홍도 풍속화 ‘자리 짜기’. 자리 짜는 남자 옆에 자리의 실을 잣는 여인이 있다. 차림새가 검소하고 공부하는 아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가난한 양반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 책은 호칭, 현모양처, 노동, 문자, 열녀, 평판 등 여섯 개 열쇠말을 통해 조선 시대 여성들의 본모습을 되살리고자 한다. 우선 호칭. 조선 시대 여성들은 제 이름으로 기록에 남은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최 교수가 검토한 자료 가운데 여성의 이름이 적시된 것은 단 두 편뿐이었다. 여성은 남편의 벼슬에 따라 주어지는 품계와 본적, 친정아버지의 성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불렸다. 가령 정 2품 문관의 아내인 칠원 윤씨라면 ‘정부인 칠원 윤씨’가 그의 호칭이 되었다.

조선 시대 양반 여성들이 노동에서 제외되었으리라는 것 그리고 독서와 글쓰기 같은 문자 활동에서 소외되었으리라는 것은 그들에 대해 품는 가장 큰 오해들이다. 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양반 여성들은 돌봄 노동과 가사 노동은 물론 필요할 경우 농사를 비롯한 경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아버지나 남자 형제들이 글을 읽는 것을 듣고 보면서 간접적으로 글을 익히고 문자 활동을 한 여성도 적지 않았다. 남편의 사망이나 정절 훼손 등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열녀와 관련한 자료 정리와 분석은 이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열녀 관련 자료 목록과 자결 방식, 나이, ‘미망인’ 수명 등에 관한 통계는 후속 연구자들에게도 긴요한 자료가 될 듯하다.

조선 시대에 비해 현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능력과 역량에 대한 사회적 인정은 여전히 불충분하다.” 조선 시대 여성들의 본모습을 확인하는 작업이 지금 필요한 까닭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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