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강제수사권과 재량권 [세상을 이기는 따뜻한 법(法)]

2022. 12. 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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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변호사 3만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11년 로펌 경험을 쉽게 풀어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법원 문턱을 넘는 방법과 약자를 향한 법의 따뜻한 측면을 소개한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법연수원 2년 차 때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서 검사시보를 했다(검찰청에서 실무 수습하는 사법연수원생을 시보라고 불렀다). 세상 경험 없이 공부만 하다가 검찰청에서 피의자를 신문하는 자리에 가게 된 것이다. 해야 할 일은 경찰에서 1차적으로 수사한 기록을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피의자를 소환하여 조사하고 보완수사를 하여 기소, 불기소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초반에 배당받은 사건 중에 도박장 개장 사건이 있었다. 피의자는 경찰에서 끝까지 범죄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기록에 편철된 현장사진은 분명 뉴스나 영화에서 보던 불법 도박장 사진이었다. 피의자를 소환하여 사건 내용을 확인하고 사진을 펼쳐 보이며 물어봤다. "이 사진을 보면 이게 불법 도박장 아닌가요?" 추궁한 것이 아니었고 몰라서 물어본 것이기 때문에 진심으로 순진한 눈빛으로 물어보았을 것이다. 피의자는 나를 보며 잠시 침묵하다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불법 도박장 맞다"고 인정했다.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몇 마디 하다가 마치 어린아이같이 순진한 질문을 던지는 검사직무대리를 보면서 피의자는 시쳇말로 현타가 오지 않았을까 싶다. 의도치 않게 자백을 받은 후 부부장 검사님께 결과를 보고했다. 자백을 어떻게 받게 되었는지는 보고하지 않았다. 이후 피의자가 20명 넘는 사건,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도 배당받았고, 모두가 퇴근한 검사실에 혼자 남아 매일 밤늦게까지 수사에 매진했다.

검사실 책상 컴퓨터 앞에 앉아 캐비닛에서 기록을 꺼내 읽으며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했다. 검사의 강제수사권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사건 관련하여 내가 궁금한 것, 은행계좌, 구치소 접견기록부, 녹음파일, 휴대폰 위치조회, 통화기록, 문자메시지 등 많은 것들을 손쉽게 확보해 볼 수 있었다. 압수된 휴대폰에서는 포렌식되어 온 정보들, 여죄에 대한 정보들로 넘쳐났다. 기관에서 엑셀 파일로 받은 방대한 증거는 계장님이 알려주신 방법에 따라 분류하면 내가 입증하고자 하는 쟁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편집할 수 있었다. 서울중앙지검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다른 일정을 제쳐두고 검찰청에 출석했고, 구속피의자는 더 쉽게 소환할 수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당시 검사직무대리로 행사했던 권한에 대한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 있다. 지도 검사님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막지 않고 다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딱 한 번. 모 유명연예인을 소환해도 되는지 여쭤봤을 때, 정보보고를 해야 하므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면 부르지 말라 하셨던 것만 빼고.

범죄자를 수사하고 처벌하기 위한 검사의 강제수사권, 재량권이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되어 '검수완박'이라 불리는 법안 통과까지 이르게 된 것은 안타까운 측면도 있지만 검사 재량권에 내재한 한계와 위험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수사를 더 하면 충분히 기소할 수 있는 사건인데 수사를 더 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이 검사에게 있다. 그것이 경험 부족, 수사력 부족 또는 업무량 과다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밖에서는 알 수 없다. 그런데 그 결과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마지막으로, 6편에서 '수사관의 선입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피의자로 소환되었다면 최대한 성실하게 소명하여 수사관의 선입견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그러나 만약 고소인으로서 피의자를 고소한 입장이라면, 수사관이 수사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수사관도 사람이므로 경험, 지식, 의지, 업무량 등 종합적인 상황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틈틈이 진행상황을 확인해 피의자의 변명을 반박할 자료와 논리를 만들어 수사관에게 전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소제인 법무법인 (유)세한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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