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시간을 보낸 이들을 위한 선물같은 이야기 [Weekend Book]

파이낸셜뉴스 2022. 12. 2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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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흘러가 버린 한 해도 결국 이맘때를 기다려왔다는 듯 어느 사이 거리는 화려한 조명과 흥겨운 캐롤 소리로 가득하다.

사소한 대화에서 힌트를 얻고 새로운 국면을 가뿐히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부터, 도시 전설인 줄만 알았던 시간의 문을 열어 과거의 순간을 복기하는 이야기, 누군가의 절실한 마음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어느 크리스마스날 천사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그려낸 이야기들이 결코 짧지 않게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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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 책
김금희 작가가 선보인 첫번째 연작소설
연말 배경으로 한 7편의 스토리 속엔
책 제목 '크리스마스 타일'처럼
저마다 사연으로 연결된 우리의 모습
소설가 은모든 단편 모은 '선물이 있어'
겨울날 벌어지는 일들에 상상력 더해
한해의 마무리와 시작이 맞물린 시기
주변에 책한권으로 따뜻함 전했으면…
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창비
선물이 있어 은모든/ 열린책들
훌쩍 흘러가 버린 한 해도 결국 이맘때를 기다려왔다는 듯 어느 사이 거리는 화려한 조명과 흥겨운 캐롤 소리로 가득하다. 여느 때보다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한 분주함과 정돈된 자세로 새해를 맞이하려는 움직임으로, 조금은 산란한 기분의 연말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이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두 권의 책이 선물처럼 찾아왔다.

먼저 소개할 책은 '크리스마스 타일'(창비 펴냄)이다.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표지를 장식한 이 책에는, 누군가 금박 우표를 붙여 보내온 듯 소설가의 이름과 책의 제목이 한편에 새겨 있다. 김금희 소설가가 데뷔 13년 만에 첫번째 연작 소설을 선보인다. 창비의 독서 커뮤니티 '스위치'에서 연재했던 소설도 포함됐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창비)의 소봄과, '놀이터는 24시'(자이언트북스)에서 은하의 이야기를 만났던 독자들이라면 인물들의 안부를 오랜만에 전해들을 수 있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에는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7편의 연작 단편을 담아냈다.

방송작가 은하는 동료를 둘러싸고 벌어진 방송국 사건에서 크리스마스 쿠바에서 겪었던 기적을 떠올린다. 영화학도 한가을은 오랜 짝사랑에 비굴하게 매달려 있던 자신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마침내 자각한다. 어학연수를 떠난 옥주는 친구의 고향에서 호수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자기 자신으로 아물어감을 느끼고, 진희는 아홉살 되던 크리스마스에 만났던 인연을 되짚어본다. 음식 사진만 보고 맛집 상호를 맞히는 현우와 그를 섭외하는 PD 지민, 반려견을 잃고 옛 인연들과의 만남을 시작하는 세미 등 인물들이 저마다의 사연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다음으로 소개할 책은 은모든 소설가의 '선물이 있어'(열린책들 펴냄)다. 한 잔의 와인과 조각 케이크가 담긴 표지 일러스트는 연말에 마주 앉아 나누는 따뜻한 대화가 떠오른다. 그 한 구석에는 직접 뜨개질한 선물 옆에 포근한 크레용으로 직접 써낸 듯한 제목이 짤막한 편지처럼 소곤거리고 있다. '짧은 소설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책, 그것도 'short short story'라며 짧디 짧은 단편들을 품고 있다고 한번 더 귀띔해주는 이 책은 저물어가는 겨울을 배경으로 17편의 이야기를 그린다.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민음사), '우주의 일곱 조각'(문학과지성사)에 이어 은모든 소설가는 이번 책에서도 서로를 향한 정성이 삶을 한층 더 온기 있게 만들어냄을 들려준다. 사소한 대화에서 힌트를 얻고 새로운 국면을 가뿐히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부터, 도시 전설인 줄만 알았던 시간의 문을 열어 과거의 순간을 복기하는 이야기, 누군가의 절실한 마음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어느 크리스마스날 천사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그려낸 이야기들이 결코 짧지 않게 여운을 남긴다.

연작 소설인 두 권의 책을 마치고 나면, '타일'과 '짧은 소설집'이라 이름 붙은 작은 조각들이 결국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누군가 앞서 겪어낸 이별은 때로는 이별을 겪은 자만이 건넬 수 있는 위로가 되어 다음 사람에게 온기로 전해지고, 이전의 인연이 남긴 자취는 새로이 찾아온 인연을 더 기꺼이 포옹할 애틋함이 된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두 작가가 건네는 이야기가 새로 다가올 시간과 만남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이유다. 김금희 작가가 말하는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 크리스마스에 사랑하는 이에게 따뜻한 마음의 선물을 한 권 건네는 건 어떨까.

이주호 교보문고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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