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국 막았지만 ‘野 맘대로’ 예산, 이러려고 20일이나 법정시한 넘겼나
여야가 22일 내년도 예산안의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하고 23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했다. 헌법에 정한 법정기한(12월 2일)을 20일이나 넘겼다. 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나, 예산 처리 불발에 따른 준예산 사태 같은 파국은 막았지만 정부가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해 추진한 각종 기업 활성화 대책들은 대폭 후퇴한 채 미봉 합의에 그쳤다.
예산 총액은 정부 제출 원안의 639조원에서 4조6000억원을 감액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린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3525억원,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임대주택 관련 6600억원 등 민주당 요구가 대폭 관철됐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 쌀값 안정화 자금 등도 민주당이 주장한 대로 증액됐다.
반면 윤석열 정부가 최우선순위로 추진한 법인세 감세는 후퇴했다. 정부·여당은 최고세율 3%포인트 인하안을 제출했지만 야당은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해 결국 과표구간별로 각각 1%포인트씩만 내리기로 했다. 이 정도 감세로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예산안을 볼모로 잡는 동안 반도체지원특별법은 누더기가 됐다. 수도권 반도체 학과 증원이 무산됐고, 신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러려고 20일이나 법정 시한을 넘겨가며 힘겨루기를 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야가 대립한 최대 쟁점 중 하나가 윤 정부 신설 조직의 예산 문제였다. 민주당은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운영 예산 5억여 원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중간선인 ‘50% 삭감’으로 타협을 보았다. 불과 5억원의 명분 싸움 때문에 나라 살림 전체가 볼모로 잡힌 것이다. 여야는 또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하고, 금융투자소득세는 시행을 2년 유예하기로 했다.
원래 예산은 정부가 주도해서 짜고 야당은 감액만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169석을 무기로 자신들이 원하는 예산을 넣으라고 압박했다. 윤 정부가 새로 추진할 정책의 예산은 깎고 문재인 정부 때 만든 사업 예산은 늘렸다. ‘윤석열 정부에 문재인 예산’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식이면 2024년도 예산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가히 ‘집권 야당’이라고 할 만하다. 그에 대한 평가는 다음 총선에서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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