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中 비밀경찰서’ 소극대처… 3國은 이미 폐쇄
외교부는 22일 중국이 한국 내 비밀경찰서를 만들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먼저 사실관계 등이 파악돼야 할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우리 방첩 당국은 서울의 한 중식당을 ‘유력 거점’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한다. 미국, 일본, 유럽(EU) 등 자유·민주 진영 국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정상까지 나서 중국 측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데 비해 우리 대응은 미온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방첩 당국 등이 착수한 비밀경찰서 실태 파악에 대해 “외국 기관의 국내 활동이 우리 법과 국제 규범에 따라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 소통하고 있다”면서 “중국을 타깃으로 해서 말씀드린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올해 9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보고서 발표 이후 전 세계가 비밀경찰서 폐쇄 등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 외교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수준의 대응만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달 ‘중국 난퉁시 공안국이 국내에도 비밀경찰 조직을 한 곳 운영하고 있다’고 했었다.
우리 정부 태도는 비밀경찰서 의혹이 불거진 후 국제사회가 보인 조치와 대비된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 이탈리아, 캐나다, 독일, 뉴질랜드 등 10국 이상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체코 등은 이미 폐쇄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미국에선 연방수사국(FBI)이 지난달 뉴욕 내 중국 경찰 조직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차기 연방하원의장이 유력한 캐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는 최근 “의회 내 중국 특위를 구성해 비밀경찰서 운영을 막겠다”고 했다. 일본 외무성도 18일 “도쿄 등 2곳의 비밀경찰서를 확인해 중국 측에 ‘주권 침해’를 항의했다”고 했고 자민당과 국가안전보장국(NSS)이 대책 논의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이날 “이른바 중국의 해외 경찰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내정 불간섭 원칙과 국제법을 준수한다”고 했다.
주재국 승인 없이 외교 공관이 아닌 곳에서 영사 업무를 하는 것은 1963년 체결된 ‘영사 관계에 관한 빈 협약’ 등 여러 국제 규범과 관행에 어긋나는 행위다. 국제법 가치를 강조해온 서방 국가들은 중국 측에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캐나다는 3곳의 비밀경찰서를 적발한 뒤 중국 대사를 불러 수차례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네덜란드 외교부는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회의 당시 마르크 뤼터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비밀경찰서 관련 언급을 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방관하고 있다”는 국내 여론이 들끓자 2016년부터 중국 경찰과 함께 로마, 밀라노 등 주요 도시에서 진행 중인 ‘공동 순찰(joint patrol)’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달 15일(현지 시각)엔 EU의 입법부 역할을 하는 유럽의회가 해외 비밀 경찰서와 관련해 각 회원국들의 협조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단하고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며 “말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고 했다. 외교가에서는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중국의 주권 침해 행위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는 국제 규범과 가치 기반 외교를 강조하면서도 중국 관련 사안에선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1일 유엔 총회 3위원회에서 50국이 서명한 중국 신장 위구르 인권 침해 규탄 성명에 불참한 것이 대표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연말 예정된 왕이 중국 외교부장 방한 등을 의식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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