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전 국민 환경운동 만세

기자 2022. 12. 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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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라는 말은 어쩐지 낯간지럽다. 예술가, 전문가, 대가 같은 단어와 나란한 느낌이 드는 까닭이다. 아무렴 환경운동가도 남다른 전문성이 있으니 ‘-가’자를 붙인들 과하지 않다. 다만 활동가라는 말에 담긴 울타리가 영 거슬린다. 마치 환경운동이 저만의 것, 전문성을 가진 일부만 나설 수 있다고 선을 긋는 것 같다. 사회운동은 뛰어난 소수의 활약보다 널리 여러 시민이 참여하는 저변이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메시나 호날두 같은 영웅보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일요일 아침마다 동네 운동장을 찾는 성실한 조기축구회원 같은 수천만 실천 시민이 필요하지 않은가. 내 어휘 감각으로는 환경운동가보다는 ‘환경인’ 정도가 적당하다. 환경운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모두 함께하는 일이라면 뭐든 좋다.

김연식 전 그린피스 항해사

환경운동가라는 거창하고 배타적인 명칭 탓일까. 국내 여론이 독특해서일까. 아니면 시민참여 저변을 넓히지 못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환경운동을 특정 세력이 점유하고 있던 까닭일까. 지난 수십년간 국내 환경운동은 시민 일반 곁에 있지 않았다. 학생들도 기후정의행진에 나서는 요즘과 비교하면 그간 국내 환경운동이 일반에 퍼지지 못하고 있었음은 명백하다. 나 역시 멀리서 응원할 뿐, 특별한 저들과 섞이는 상상을 해본 적 없다.

그린피스를 보면서 환경운동이 ‘환경운동가’만의 것이 아니니 선원인 나도 환경운동에 나설 수 있다는 상상을 했다. 내 기술과 경험, 항해사 면허를 환경을 지키는 데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어, 그 길로 암스테르담 그린피스 본부에 지원했다. 우여곡절 끝에 환경감시선에 승선하니, 이게 웬걸? 선원이면서 환경운동가인 나처럼 하나같이 절반의 환경운동가들이었다. 요리사이면서 환경운동가, 사진가이면서 환경운동가, 기계 수리공이면서 환경운동가, 작가 환경운동가, 홍보 전문 환경운동가 등 여러 직업군이 있었다. 정치 신념이나 피부색, 국적, 성별, 나이, 종교, 직업과 상관없이 환경을 위해 모여 있었다.

최근 기후위기를 피부로 체감하면서 국내에도 이런 절반의 환경운동가가 늘고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난 8월 국내 플라스틱 현황을 조사했는데, 시민 3506명이 참여해 플라스틱 14만5205개를 분석하는 데 손을 보탰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누가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만드는지, 누구에게 이 무거운 책임이 있는지 또렷이 드러낼 수 있었다. 시민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조사였다. 지난 17일에는 국회의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시민 모임 ‘그린뉴딜 시민행동’ 3기 45명이 발대식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어디 환경단체뿐이랴. 전국 초·중·고등학교마다 환경동아리가 생겼고, 청소년기후행동부터 60+기후행동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환경모임이 활발하다. 지난 9월24일 서울 광화문 기후정의행진에는 학생, 근로자, 주부, 노인 등 세대와 지역을 아우른 국민 3만5000여명이 모였다. 급기야 구글코리아가 발표한 올해의 검색어 1위는 ‘기후변화’가 차지했다. 바야흐로 전 국민 환경운동 시대다. 정녕 환경운동은 세상 모든 사람의 일이다. 이제 환경운동가 직함은 모든 시민의 것이다. 전 국민 환경운동 만세다.

김연식 전 그린피스 항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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