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집에 술을 치워야 되는 이유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2022. 12. 23. 03:03
최근 뇌혈관 질환 취재를 위해 경북 포항시에 있는 한 병원에 간 적이 있다. 그 동네엔 ‘폭탄주 이모’가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고 했다. 몇 년 전 소주와 맥주를 눈길이 가게 섞어 이른바 폭탄주를 만드는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진 사람이다. 요즘도 그 식당을 찾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한다. 폭탄주를 잘 만드는 사람은 술자리에서 인기와 박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치사율이 낮아지고, 연말연시가 되면서 술자리가 많아지고 있다. 술은 송년 분위기를 높여주고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드는 효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술은 양면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다. 술은 국가가 공인한 ‘중독물질’이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전반적으로 음주가 줄었지만 20대와 여성의 음주는 늘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일주일에 1회 평균 음주량이 5잔 이상이며 2회 이상 음주하는 고위험 20대가 2020년 11.4%에서 2021년 12.9%로 증가했다. 고위험 여성 음주율도 같은 시기 6.3%에서 6.9%로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혼자 마시는 ‘혼술’, 집에서 마시는 ‘홈술’ 등이 유행하면서 술자리 대신 술 자체를 즐기는 음주 형태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잦은 음주로 인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알코올 의존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알코올 의존과 남용을 포함한 알코올 사용 장애는 2021년 기준 평생 유병률(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할 확률)이 11.6%나 됐다.
음주 폐해는 타인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 2020년 기준 성폭행, 방화,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의 26.1%를 주취자가 일으켰다. 전체 교통사고 중 음주운전 사고 비율도 2019년 6.8%에서 2020년 8.2%로 증가했다.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처음으로 10만 명당 10명을 넘겼다. 이와 관련된 경제 손실만 2013년 9조4524억 원에서 2019년 15조806억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업계는 소비자가 술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혼술족’ ‘홈술’ 등의 용어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술을 일상적으로 즐기도록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다. 주류업계의 관련 마케팅 비용만 연간 2000억 원이 넘는다. 심지어 온라인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통해 술 판매도 가능하다. 또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술을 마시면서 방송을 하는 이른바 ‘술방’도 인기다. 넷플릭스,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서는 음주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예능마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이 음주폐해 예방을 위해 1년에 사용하는 비용은 14억 원에 불과하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주류광고에 자주 노출되며, 특히 청소년에게 아무런 장벽 없이 주류 정보가 전달된다. 보건당국은 적은 예산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음주 미화 장면을 적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재를 요청한다. 그러나 실제 제재 조치가 이뤄진 것은 3%에 불과했다.
무분별한 음주 문화 확산을 막기 위해 우선 일반인이 술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술은 건강뿐만 아니라 타인을 해칠 수 있으며, 각종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현실 자각’ 말이다. 연예인들은 인기가 높아지면 한 번쯤은 술 광고에 출연하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 역시 부끄러워하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미국의 경우 야구와 농구 선수 등 청소년에게 지명도 높은 사람은 주류광고 출연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독일도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유명인의 주류광고 모델은 금지다. 이스라엘은 2010년 이후 주류광고에 연예인 출연을 금지시켰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이는 그만큼 술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조현장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은 “주류 제조-유통-판매-소비 전반에 걸쳐 규제 정책이 강화되고, 이를 위한 정책적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술을 가장 처음 접하는 나이가 13세 정도라고 한다. 술을 접하는 장소가 집인 경우도 60%에 달한다. 집에 있는 술을 아이들이 보지 않도록 숨기거나 없애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치사율이 낮아지고, 연말연시가 되면서 술자리가 많아지고 있다. 술은 송년 분위기를 높여주고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드는 효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술은 양면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다. 술은 국가가 공인한 ‘중독물질’이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전반적으로 음주가 줄었지만 20대와 여성의 음주는 늘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일주일에 1회 평균 음주량이 5잔 이상이며 2회 이상 음주하는 고위험 20대가 2020년 11.4%에서 2021년 12.9%로 증가했다. 고위험 여성 음주율도 같은 시기 6.3%에서 6.9%로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혼자 마시는 ‘혼술’, 집에서 마시는 ‘홈술’ 등이 유행하면서 술자리 대신 술 자체를 즐기는 음주 형태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잦은 음주로 인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알코올 의존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알코올 의존과 남용을 포함한 알코올 사용 장애는 2021년 기준 평생 유병률(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할 확률)이 11.6%나 됐다.
음주 폐해는 타인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 2020년 기준 성폭행, 방화,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의 26.1%를 주취자가 일으켰다. 전체 교통사고 중 음주운전 사고 비율도 2019년 6.8%에서 2020년 8.2%로 증가했다.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처음으로 10만 명당 10명을 넘겼다. 이와 관련된 경제 손실만 2013년 9조4524억 원에서 2019년 15조806억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업계는 소비자가 술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혼술족’ ‘홈술’ 등의 용어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술을 일상적으로 즐기도록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다. 주류업계의 관련 마케팅 비용만 연간 2000억 원이 넘는다. 심지어 온라인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통해 술 판매도 가능하다. 또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술을 마시면서 방송을 하는 이른바 ‘술방’도 인기다. 넷플릭스,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서는 음주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예능마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이 음주폐해 예방을 위해 1년에 사용하는 비용은 14억 원에 불과하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주류광고에 자주 노출되며, 특히 청소년에게 아무런 장벽 없이 주류 정보가 전달된다. 보건당국은 적은 예산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음주 미화 장면을 적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재를 요청한다. 그러나 실제 제재 조치가 이뤄진 것은 3%에 불과했다.
무분별한 음주 문화 확산을 막기 위해 우선 일반인이 술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술은 건강뿐만 아니라 타인을 해칠 수 있으며, 각종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현실 자각’ 말이다. 연예인들은 인기가 높아지면 한 번쯤은 술 광고에 출연하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 역시 부끄러워하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미국의 경우 야구와 농구 선수 등 청소년에게 지명도 높은 사람은 주류광고 출연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독일도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유명인의 주류광고 모델은 금지다. 이스라엘은 2010년 이후 주류광고에 연예인 출연을 금지시켰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이는 그만큼 술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조현장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은 “주류 제조-유통-판매-소비 전반에 걸쳐 규제 정책이 강화되고, 이를 위한 정책적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술을 가장 처음 접하는 나이가 13세 정도라고 한다. 술을 접하는 장소가 집인 경우도 60%에 달한다. 집에 있는 술을 아이들이 보지 않도록 숨기거나 없애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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