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사법부로 간 특별연합과 지방의회
절차·법리상 문제 소지…주권자 시민 뜻 따라야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원장
예견된 일이었다. ‘부울경 특별연합’(이하 특별연합) 폐지 결정이 사법부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은. 필자는 지난 10월 21일 자 본 컬럼에서 특별연합 폐지 결정이 행정소송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12일 부산경실련이 부산시장을 상대로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청구 취지는 특별연합 폐지 결정 과정에 위법이 있음을 확인하고, 폐지 결정 이후의 절차를 중지해 달라는 것이다. 특별연합 폐지 결정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폐지 결정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필요해 보인다.
이번 소송에 참고가 되는 사례가 있다. 2013년 전국적인 공공의료 논쟁을 불러온 경상남도 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 사건이다. 당시 홍준표 지사는 경영상 적자를 이유로 독단적으로 진주의료원 폐쇄를 결정하고 이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진주시민이 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는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 결정에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확인함으로써, 도지사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대한 사법적 차원의 경종을 울렸다(대법원 2015두60617 판결). 결국 이 소송은 도의회가 의료원 폐쇄에 관한 조례를 개정함으로써 그 절차적 위법성이 보완된 결과 원고들의 청구는 기각됐다. 그럼에도 이 소송은 우리 지방자치사에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겼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특별연합은 요란스럽게 시작했고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었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법을 개정까지 하면서 그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었다. 중앙정부와 중앙 정치권으로서는 이례적인 성의와 관심을 보인 사안이었다. 심도 있는 논의는 물론, 폐지에 대한 주민 의견수렴 하나 없이 단체장 3인이 단 몇 시간 만에 폐지를 결정하고, 실체 없는 경제동맹이라는 것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필자는 경악했다.
특별연합 폐지 결정에 대한 시민단체와 매스컴 반응도 예상외였다. 과거 특별연합이 처음 발표되고 진행될 때, 대부분의 시민단체와 매스컴은 적극적인 호응을 보였다. 방송에 따라서는 찬양 일색의 패널이 나와 장밋빛 미래를 예측하기도 했다. 특별연합이 되면 부울경은 동북아 8대 경제권으로 탄생하고, 경제자립도가 향상돼 청년이 찾아드는 희망 지역으로 변한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특별연합 폐지 결정 후 지역 매스컴과 시민단체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못해 무관심해 보이기까지 했다. 엄청난 반대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필자의 생각은 어긋났다. 그동안 나름 지방분권을 위해 고군분투해 온 학자로서 필자는 이번 사안을 보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 눈앞에 주어진 호기를 스스로 차버리는 이 현상을 중앙정부는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분권이니 자치니 하는 것에 불편한 중앙정부와 중앙권력은 속으로 얼마나 웃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민망하기까지 했다.
특별연합과 헤어지더라도 품격있게 헤어져야 한다. 그 기회는 아직 있다. 특별연합이 적법하게 폐지되려면 관련 조례를 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시의 경우 시의회에서 폐지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시의회에서 공식적인 폐지에 관한 절차를 밟아야 만이 특별연합은 합법적 폐지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특별연합의 존폐는 이제 부산시의회의 결단에 달렸다.
우리 헌법은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한 지방자치’를 규정한다. 지방의회는 헌법기구로 지방자치단체에는 반드시 의회를 두어야 한다. 하지만 단체장은 법률상 기구로 법률에 따라 그 선출 방법을 달리 할 수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 형태 변경에 관한 특별법안’이 의원발의됐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의회에서 단체장을 직접 선출할 수도 있고, 의원 중에서 단체장을 선출해 의원내각제처럼 자치단체를 운영할 수도 있도록 한 것이다. 지방자치의 중심에 지방의회를 두겠다는 법안이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표로 구성된 헌법 기구이기 때문에 가능한 법안이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표로서 단체장을 견제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정했다.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잘못이라고 했다. 이제 곧 새해다. 새로운 내일을 위해 과거 잘못은 바로잡고 가자. 특별연합 폐지 결정에 절차상으로는 물론 법리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잘못된 절차를 바로잡고 주권자인 주민 의사를 물어 결정하면 된다. 잘못된 결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사안을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할 뿐이다. 이번 소송이 나비의 날갯짓이 돼 특별연합 폐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각 시·도의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경제동맹이나 행정통합에 대한 논의는 그다음이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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