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맨얼굴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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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인 이모티콘은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글자가 아닌 그림이나 기호로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마스크에 대한 문화 격차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년 새 마스크를 썼을 때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연구가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에서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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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인 이모티콘은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글자가 아닌 그림이나 기호로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이모티콘에도 동서양 문화 차이가 있다. 한국이나 일본에선 웃음(^.^)이나 슬픔(ㅠㅠ)을 눈 모양으로 표시한다. 입은 없거나, 있어도 단순하다. 그러나 영어권에서는 기쁨(:-)) 슬픔(:-() 놀람(< O)처럼 눈매보다 입을 강조한다. 동양인에게 감정은 눈의 표정이고 서양인에겐 입인 것이다. 서양인은 공공장소에서 입을 마스크로 가리는 행위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감염 확산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미국 영국 유럽 등에서는 마스크를 거부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던 이유다.
마스크에 대한 문화 격차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년 새 마스크를 썼을 때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연구가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에서까지 나온다. 국적에 관계없이 하관을 가려야 아름답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진화학적 관점에서 사람은 상대 외모가 자신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할 때 호감을 느끼는 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마스크가 안전이나 건강과 동일시된 영향도 있다는 해석이 흥미롭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곧 해제될 전망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3일 실내 마스크 조정안을 발표한다. 그간 당정 논의와 전문가 공청회 등에서 제시된 의견을 종합하면 일부 위험성이 큰 복지시설 의료기관 약국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스크 착용 권고로 바꾸는 방식이 유력하다. 나머지도 방역 상황에 따라 완전히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 빠르면 내년 1월 중순부터다. 마스크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해온 사람들은 “시원하다”는 반응인 반면, 마스크로 외모 콤플렉스를 가려왔던 일명 ‘마기꾼(마스크 사기꾼)’들이나 화장을 싫어했던 ‘프로 귀찮러’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동안 한산했던 백화점 화장품 코너가 립스틱이나 색조화장품을 사려는 고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19 사태 절정기를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으로 보낸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 얼굴을 직접 본 적이 거의 없다. 직장생활을 방금 시작한 새내기 사원과 기존 직원 사이도 마찬가지다. 반쯤 가린 모습에 익숙해져 바깥에서 민낯으로 마주치면 서로 모르고 지나가거나 힘겹게 알아보고도 어색해하기 일쑤였다. 마스크를 벗은 맨얼굴에 실망을 하든 깜짝 놀라든, 원래는 너무나 당연했던 마주함의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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