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옥에 살 결심[공간의 재발견/정성갑]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2022. 12.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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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몰랐다.
아, 이사할 때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않던 한옥의 겨울, 크고 작은 소동이 하나씩 되살아났다.
이전 한옥에서는 혹한에 수도관이 얼어 위아래로 검은 옷을 입고 승합차에서 내린 특수기동대 같은 분들이 마당을 1박 2일간 뚫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다시 한옥으로 올 결심을 한 건 중독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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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몰랐다. 매해 겨울 그렇게 성가시고 힘든 시간을 겪어 놓고도 다 잊어버리고 마냥 좋은 순간만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한옥은 그간의 한옥살이를 통틀어 창호(새시)가 있는 첫 번째 집이었다. 제법 번듯하고 탄탄하게 지어 손 갈 일이 많지 않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영하 15도로 추락하는 기온을 못 버티고 세탁기가 얼었고 지붕에서는 찔끔 비도 샜다. 아, 이사할 때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않던 한옥의 겨울, 크고 작은 소동이 하나씩 되살아났다.
단독주택에서 살다 근처 한옥으로 이사 온 지 20여 일이 지났다. 서울 서촌에 있는 작은 생활형 한옥이다. 북촌의 번듯한 한옥이라면 이런저런 일도 덜 생기겠지만 이곳에서는 수시로 집을 살피고 관리해줘야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의젓한 어른이었다가 겨울만 되면 어린아이나 노인이 되는 것 같달까? 챙기고 단속해야 할 일이 부쩍 많아진다. 이전 한옥에서는 혹한에 수도관이 얼어 위아래로 검은 옷을 입고 승합차에서 내린 특수기동대 같은 분들이 마당을 1박 2일간 뚫은 적도 있다. 또 다음 한옥에서는 얼음물이 떨어지면서 나무문이 얼어 드라이어로 문을 녹이고 바깥으로 나간 적도 있다. 누가 그런 집에 살라고 했냐고? 맞다. 사서 하는 고생이다.
그럼에도, 다시 한옥으로 올 결심을 한 건 중독 때문이다. 한옥중독. 무슨 말이냐 하면 이런 겨울을 겪고 마침내 봄이 오면 긴 고행이 끝난 것처럼 설레고 행복한 마음이 된다. 봄이다!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마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쩍 많아진다. 밥도 굳이 밖으로 나와서 먹는다. 친구들을 불러 삼겹살을 굽고 캠핑 의자 갖다 놓고 볕 속에서 존다. 돗자리 깔고 누워 느릿느릿 흘러가는 구름을 구경하다 보면 저 안에서부터 샘물이 차오르는 것 같다. 여름과 가을도 그렇게 별 탈 없이 흘러간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나무 기둥에 발을 올린 채로 책을 읽고, 커피를 타 마당에서 바람을 쐬는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들이다. 이 모든 것은 이를테면 직접 경험.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한강과 남산 전망도 부럽지 않은 것이 그건 눈으로만 만족해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한옥에서의 일상은 풍경과 계절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일. 찌릿찌릿 몸의 세포가 알알이 그 기쁨을 기억하고 그 기억 때문에 나는 다시 한옥으로 왔다. 모르겠다. 아직 고생을 덜해서인지 사건 사고를 포함한 온갖 희로애락이 내겐 살아있는 생활 감각이자 숨구멍 같다.
단독주택에서 살다 근처 한옥으로 이사 온 지 20여 일이 지났다. 서울 서촌에 있는 작은 생활형 한옥이다. 북촌의 번듯한 한옥이라면 이런저런 일도 덜 생기겠지만 이곳에서는 수시로 집을 살피고 관리해줘야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의젓한 어른이었다가 겨울만 되면 어린아이나 노인이 되는 것 같달까? 챙기고 단속해야 할 일이 부쩍 많아진다. 이전 한옥에서는 혹한에 수도관이 얼어 위아래로 검은 옷을 입고 승합차에서 내린 특수기동대 같은 분들이 마당을 1박 2일간 뚫은 적도 있다. 또 다음 한옥에서는 얼음물이 떨어지면서 나무문이 얼어 드라이어로 문을 녹이고 바깥으로 나간 적도 있다. 누가 그런 집에 살라고 했냐고? 맞다. 사서 하는 고생이다.
그럼에도, 다시 한옥으로 올 결심을 한 건 중독 때문이다. 한옥중독. 무슨 말이냐 하면 이런 겨울을 겪고 마침내 봄이 오면 긴 고행이 끝난 것처럼 설레고 행복한 마음이 된다. 봄이다!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마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쩍 많아진다. 밥도 굳이 밖으로 나와서 먹는다. 친구들을 불러 삼겹살을 굽고 캠핑 의자 갖다 놓고 볕 속에서 존다. 돗자리 깔고 누워 느릿느릿 흘러가는 구름을 구경하다 보면 저 안에서부터 샘물이 차오르는 것 같다. 여름과 가을도 그렇게 별 탈 없이 흘러간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나무 기둥에 발을 올린 채로 책을 읽고, 커피를 타 마당에서 바람을 쐬는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들이다. 이 모든 것은 이를테면 직접 경험.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한강과 남산 전망도 부럽지 않은 것이 그건 눈으로만 만족해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한옥에서의 일상은 풍경과 계절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일. 찌릿찌릿 몸의 세포가 알알이 그 기쁨을 기억하고 그 기억 때문에 나는 다시 한옥으로 왔다. 모르겠다. 아직 고생을 덜해서인지 사건 사고를 포함한 온갖 희로애락이 내겐 살아있는 생활 감각이자 숨구멍 같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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