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축구’ 이제부터 시작이다[알파고 시나씨 한국 블로그]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2022. 12.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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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드디어 끝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월드컵이었다. 매번 여름에 개최되던 월드컵이 이번엔 11, 12월에 열리면서 화제를 모았다. 왜 여름이 아닌 겨울에 월드컵을 개최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쏟아졌다. 그 이유는 기후 때문이다. 카타르의 여름은 사우나 그 자체여서 선수들이 뛸 수가 없다.

이번 월드컵은 역대 최초로 중동에서 개최됐다. 자연히 경기 못지않게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 자체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은 이번에 우수한 경기력으로 세계에 좋은 인상을 남겼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월드컵 우승자인 아르헨티나를 예선에서 꺾었고, 프랑스 식민지였던 모로코는 프랑스와 3, 4위전을 펼쳤다. 중동 지역 국가들이 스포츠로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고 인식 개선을 한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은 한국에도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이번 한국팀은 인지도로 봤을 땐 역대급이었다. 최근까지 튀르키예(터키)에서 뛰다가 이탈리아로 건너간 김민재 선수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특히 손흥민 같은 유명한 선수가 한국팀에서 뛰는 것은 큰 강점이었다. 기대가 큰 만큼 선전했지만 16강에서 브라질과 만나는 바람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성패와 별개로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K축구’의 현실이다.

언제부턴가 한국은 주요 분야 앞에 ‘K’를 붙인다. 한국이 국제적으로 그 분야에서 뛰어나다는 뜻이다. K팝과 K드라마가 대표적이다. K축구도 최근에 언급되기 시작했다. 손흥민의 세계적 인지도를 등에 업은 측면이 크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 인지도는 K축구의 힘인가, 개인적인 성공인가?

다른 방향에서 질문을 재구성해보자. 오늘날 방탄소년단(BTS)이 없으면 한국의 아이돌 문화는 없는 것일까? 아니다. 한국은 시기별로 세계적 아이돌 그룹을 착착 데뷔시켜 왔다.

지금 한국의 대표 아이돌 그룹은 BTS다. 언젠가 BTS가 은퇴를 한다면 BTS의 후배 아이돌 그룹이 다시 정상 무대에 도전할 것이다. 이것은 왜일까? 한국에 음악 산업과 관련된 인프라가 제대로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는 한 한국에서는 시기별로 실력 좋은 아이돌 그룹이 나올 것이다. 현재도 BTS뿐 아니라 각기 다른 개성으로 무장한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다시 말해, BTS는 1등 자리에 올랐지만 단일 후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축구는 어떤가? 일단 필자의 고국인 튀르키예의 상황을 살펴보자. 튀르키예에는 82개의 도시가 있고, 각 도시는 적어도 2개의 축구팀을 두고 있다. 이 팀들은 서로 가까운 지역별로 묶어 14개의 조를 만든 뒤 각 조에서 1∼3위 축구팀은 56개의 팀이 있는 3등 리그에 올라간다. 1년 동안 3등 리그에서 열심히 운동하면서 1∼3위 안에 들면 다시 2등 리그에 진출한다.

거기서 다시 상위권에 오르면 1등 리그에, 1등 리그에서 잘하면 슈퍼리그에 올라간다. 이런 환경에선 자연히 뛰어난 선수 선발이 가능해진다. 평소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인기도 뜨겁다. 필자의 고향인 으드르 스포르는 3등 리그와 2등 리그를 오가는 지방 도시 팀인데도 경기를 할 때마다 수천 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는다.

한국도 이런 시스템과 응원 분위기를 갖추고 있는가? 손흥민이 한국의 축구 인프라 덕분에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을까, 아니면 전직 축구 선수였던 아버지의 노력으로 맺은 결실일까.

안타깝지만 아직 K축구를 언급할 때가 아니다. 자랑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K축구를 만들어 나갈 때다. 손흥민 같은 몇몇 스포츠 스타의 등장에 한국 축구가 앞으로도 비슷한 성적을 낼 것이라고 섣불리 기대하지 말자. 부족한 점을 살피고 인정하고 투자하자. 월드컵 16강이 아닌 8강, 아니 2002년과 같은 4강 신화를 다시 쓰려면 한국 축구는 해야 할 것이 많다.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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