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재고 넘쳐난다” 13년만의 최악 한파에 결국…
금리 인상, 수요 둔화에 따른 전 세계적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서도 본격적인 정리해고가 시작됐다. 올 하반기 들어 불어닥친 ‘반도체 한파’에 맞서 허리띠를 졸라매던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상황이 악화하자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는 것이다.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21일(현지 시각) 내년 전체 직원의 10%를 줄이고, 직원들에게 지급하던 연중 상여금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전 세계에 직원 4만8000여 명을 두고 있다. 지난달 마이크론은 내년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20% 감축한다고 밝혔는데 시장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자 대규모 해고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재고가 넘치는 상황에서 세계 메모리 반도체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올 4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최소 6개월 이상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13년 만에 최악의 공급 과잉” 마이크론 인텔 감원… 내년은 매출 역성장 전망
21일 마이크론은 올 9~11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이 1년 전보다 47% 감소한 41억달러(5조2000억원), 영업손실이 2억900만달러(2665억원)를 기록했다. 적자전환이고,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수치다. 마이크론은 12~2월 분기에는 순손실이 시장 예상치의 2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최고경영자)는 “반도체 업계는 13년 만에 최악의 수요·공급 불균형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PC와 IT 기기, 서버 구매를 중단하면서 반도체 시장에 극심한 수요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메로트라 CEO는 “2023년 내내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현재 넘치는 재고는 내년 중반쯤에나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공급 과잉으로 급락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1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 5월보다 각각 34%, 14% 하락했다. 현재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 일수는 예년 평균 재고 일수의 2~3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3.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역성장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반도체 대표 주자인 인텔도 지난 10월 정리해고를 포함해 향후 3년간 100억달러(12조8000억원)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했다. 일본의 키옥시아는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웨이퍼 투입량을 30% 축소하며 긴축 경영에 들어간다고 했다. 미국의 반도체 설계 회사인 엔비디아와 퀄컴도 신규 채용을 중지했다.
◇삼성전자, 8년 만에 1조원대 영업이익 전망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골드만삭스는 올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2조6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1년 전(8조8000억원)보다 83% 급감한 것으로, 현실화될 경우 2014년 이후 8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에 그치게 된다. SK하이닉스의 상황은 더 어렵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 4분기 영업손실이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두 업체는 비용 통제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 올 하반기 성과급을 사실상 역대 최저 수준으로 책정했다. 수년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목표달성 장려금(TAI)을 기본급의 100% 지급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50% 수준만 지급하기로 했다. 반도체 불경기 리스크 관리 조직인 ‘다운턴 태스크포스(TF)’를 꾸린 SK하이닉스는 22일 임원과 팀장급의 활동비와 복리후생비를 각각 50·30%씩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반도체 설비 투자를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저수익 제품을 감산하겠다고 밝혔는데 상황이 악화하자 현금 지출도 줄이는 것이다.
어두운 반도체 시장을 뚫기 위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22일 경계현 사장이 주재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도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경 사장은 이날 임원들에게 “시장 불확실성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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