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주임사의 귀환, 내년부터 집값 하락세 진정에 도움”

정순우 기자 2022. 12. 23.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文정부 부동산 규제’ 대거 완화, 시장 영향 전문가에 물었다

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거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부동산 시장 향방에 대한 수요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정부 발표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집값 전망이나 주택 매수 시점을 묻는 글이 쏟아지고, 일선 중개업소에도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특히 정부가 다주택자 취득세를 낮추고 임대사업자 인센티브를 확대한 것을 두고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정부에선 금기와도 같았던 다주택 보유 관련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금리 때문에 당장 매수 수요가 살아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이번 정책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들이 구원 투수 역할을 하면서 집값 하락세가 진정될 수 있다”며 “주택 실수요자들은 ‘바닥을 다졌다’는 심리가 언제쯤 확산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다주택자 세무 상담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부는 지난 21일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다주택자의 취득세를 낮추고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의 등록 임대사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뉴스1

◇적폐에서 구원투수로… 다주택자의 귀환

정부가 예고한 부동산 규제 완화책 중 주택 수요를 되살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와 임대사업자 혜택 강화가 꼽힌다. 기존 최고 8%였던 2주택자 취득세는 1주택자(1~3%)와 동일해지고, 3채 이상 다주택자도 취득세가 기존(8~12%)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또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임대사업자가 신축 주택을 취득하면 취득세가 절반에서 최대 전액까지 감면된다. 기존에는 빌라·오피스텔만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전용면적 85㎡, 공시가격 9억원(수도권 기준·지방 6억원) 이하 아파트도 등록 가능해진다. 공시가 9억원이면 시세 13억~14억원 수준이다. 등록 임대주택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며, 처분 시 양도세도 기본세율을 적용받는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등록 임대가 가능해지면 시중의 급매물과 미분양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작년 말 기준 국내의 개인 임대사업자는 약 30만명이다. 임대사업자 10명 중 1명꼴로 집을 한 채씩 매수한다고 가정하면 전국 미분양 주택(4만7217가구)의 63.5%가 소진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아파트 등록 임대를 허용하고 다주택자 취득세까지 낮춘 것은 예상보다 훨씬 앞서나간 조치”라며 “아파트 급매물이나 미분양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정부는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 경기 침체를 극복해왔지만 임대사업자를 위한 세제 혜택이 투기에 악용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이 같은 논란을 막고자 이번에는 주택을 두 채 이상 구입하는 사업자에게만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금리 부담 여전하지만 시장 관심 유지해야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예고됐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당장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규제 완화 효과보다는 아직은 고금리 여파가 더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향후 금리가 안정되면 수요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전문위원은 “경기 위축과 고금리의 영향으로 규제 완화 정책이 침체된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단기간에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향후 경제와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아졌을 때는 수요자들의 적극적인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지금처럼 규제 완화가 집값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시점에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서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좋다”며 “집값 경착륙을 막기 위해 다른 규제들도 적극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금 여력 있는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매수하게 하려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 상환은 일정 기간 유예하고 이자만 낼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꿀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미분양 아파트나 급매물을 매수하면서 집값 하락세가 진정되고 거래량이 늘어나면 그때가 집값 바닥이라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수요자라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주택 매수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