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기록의 기억] 성탄의 사랑과 희망 나누자…아픈 세상 보듬는 불빛
모레는 성탄절이다. 연말이 되면, 거리 곳곳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되어 또 한 해가 다 지나갔음을 느끼게 해준다. 많은 크리스마스트리 가운데 서울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아온 것은 아마 서울시청 앞 광장의 크리스마스트리일 것이다. 크기도 크지만, 그 설치 장소가 상징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시청 앞 광장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운 것은 언제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1965년 한 신문의 독자란에 “성탄절은 기독교인의 행사이나, 시청 앞 광장에 높이 20m나 되는 어마어마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으니 누구의 세금으로 흥청거리는가?”라는 의견이 실려 있다. 이듬해인 1966년에는 “지난해 심었다 말라진 거대한 나무를 파낸 그 자리에 다시 크리스마스트리를 심고, 전구 2600개로 장식했다”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서울시는 이것을 ‘서울 시민의 공동 성탄수’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왼쪽 사진은 1971년 연말의 서울시청 앞 야경이다. 분수대를 중심으로 화려하고 거대한 크리스마스 조명이 설치되어 있다. 광장을 휘돌아 태평로, 을지로, 무교로로 달려가는 자동차들의 불빛도 아름답다. 시청 앞 분수대는 1963년 가동을 시작한 서울의 명물 중 하나였으나, 2004년 ‘서울광장’을 조성하면서 철거되었다. 사진 왼쪽에 살짝 보이는 시청 현관의 ‘600만의 전진’이라는 표어도 이채로운데, 당시 서울 인구가 약 600만명이었다. 한편 크리스마스트리 또는 조명은 전 세계적인 석유 파동을 겪은 1973년부터 1979년까지 에너지 절약시책으로 자취를 감추었으나, 그 이후에는 매년 설치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며칠 전에 찍은 것이다. 흰 눈으로 덮인 서울광장 한편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다. 올해 설치된 트리는 높이가 16m라고 하지만,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이 높아져 왜소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주변 빌딩과 전광판에서 내뿜는 불빛으로 광장은 대낮처럼 환하나, 이러한 빛 공해 때문에 크리스마스트리의 조명은 더욱 초라해 보인다. 1926년 건립한 시청 본관 뒤로는 2012년 유리로 지은 신관이 보인다. 사진 오른쪽에 옆모습을 보이며 ‘진격의 거인’처럼 솟아 있는 건물은 1976년 세워진 더 플라자 호텔이다.
*이 칼럼에 게재된 신문의 사진은 셀수스협동조합 사이트(www.celsus.org)에서 다운로드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지리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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