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우승, 그리고 월드컵 효과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유난히 피곤해 보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날 새벽 펼쳐진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월드컵 축구 결승전 때문이겠죠. 눈을 뗄 수 없는 명승부가 승부차기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0시에 시작한 경기가 새벽 세 시 되어서야 끝났습니다. 시청률이 무려 16.8%에 달했다고 하니, 과연 월드컵은 지구촌의 축제인 모양입니다.
이제는 노장이 된 메시가 오랜 월드컵 무관의 설움을 떨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기쁨은 오죽했을까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메시를 연호하며 36년 만의 우승을 만끽했습니다.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이번 우승이 더 각별했던 것은 최근 아르헨티나를 짓누르고 있는 경제적 고통 때문입니다. 만성적 재정 적자에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아르헨티나 경제는 한마디로 파탄 상태입니다. 물가 상승률이 세 자릿수에 육박하면서 화폐는 휴지 조각이 됐고, 국민 40%가 빈곤층으로 전락했습니다. 지하자원이 넘쳐나고, 소고기와 콩을 수출하는 나라 국민들이 먹을 게 없어 휴지통을 뒤지고 다니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도 좌파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꾸려고 돈을 마구 찍어낸 결과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75%까지 올리고 정부가 생필품 가격 통제, 소고기 수출 금지, 에너지 보조금 지급, 매달 최저임금 인상, 복수 환율제 등 무리한 정책을 남발하고 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월드컵 우승이 파탄 난 아르헨티나 경제를 되살리지는 못하겠지만, 상처 입은 아르헨티나 국민의 자존심과 희망을 되살리는 데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군사독재가 종식되고 3년 뒤인 1986년 거둔 월드컵 우승이 아르헨티나 민주주의 정착에 도움이 된 것처럼 말이죠.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을 이끈 스칼로니 감독은 우승 뒤 “우리는 지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안다”고 했습니다. 그런 저력을 발판 삼아 아르헨티나가 지금의 정치적·경제적 혼란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를 응원합니다.
WEEKLY BIZ Newsletter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비트코인 4억 간다”던 ‘부자아빠’…폭등장에 “욕심 금물” 경고한 이유
- “비트코인 뛰면 강남 아파트도 비싸진다” 부동산 교수가 말하는 이유
- 또 의문사?…우크라전 비판한 러 유명셰프, 호텔서 숨진 채 발견
- 잔디 탓, 날씨 탓 할 수 없다... 최상 조건서 쿠웨이트 맞는 홍명보호
- [더 한장] 수험생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 [Minute to Read] Samsung, SK Hynix rush to secure U.S. subsidies ahead of Trump’s return
- 맹활약 유럽파에 손흥민 가세한 홍명보호, 쿠웨이트 상대로 B조 선두 굳힐까
- 당분간 난방 걱정 없는 탄소매트, 4만원 대 특가
- ‘마이캐디’ 최신형 거리측정기 19만원대 공동구매
- “앞으로 金보다 수익률 높을 것” 은에 투자하는 3가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