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우승, 그리고 월드컵 효과

최규민 위클리비즈 편집장 2022. 12. 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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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2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우승 기념 퍼레이드에서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유난히 피곤해 보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날 새벽 펼쳐진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월드컵 축구 결승전 때문이겠죠. 눈을 뗄 수 없는 명승부가 승부차기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0시에 시작한 경기가 새벽 세 시 되어서야 끝났습니다. 시청률이 무려 16.8%에 달했다고 하니, 과연 월드컵은 지구촌의 축제인 모양입니다.

이제는 노장이 된 메시가 오랜 월드컵 무관의 설움을 떨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기쁨은 오죽했을까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메시를 연호하며 36년 만의 우승을 만끽했습니다.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이번 우승이 더 각별했던 것은 최근 아르헨티나를 짓누르고 있는 경제적 고통 때문입니다. 만성적 재정 적자에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아르헨티나 경제는 한마디로 파탄 상태입니다. 물가 상승률이 세 자릿수에 육박하면서 화폐는 휴지 조각이 됐고, 국민 40%가 빈곤층으로 전락했습니다. 지하자원이 넘쳐나고, 소고기와 콩을 수출하는 나라 국민들이 먹을 게 없어 휴지통을 뒤지고 다니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도 좌파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꾸려고 돈을 마구 찍어낸 결과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75%까지 올리고 정부가 생필품 가격 통제, 소고기 수출 금지, 에너지 보조금 지급, 매달 최저임금 인상, 복수 환율제 등 무리한 정책을 남발하고 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월드컵 우승이 파탄 난 아르헨티나 경제를 되살리지는 못하겠지만, 상처 입은 아르헨티나 국민의 자존심과 희망을 되살리는 데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군사독재가 종식되고 3년 뒤인 1986년 거둔 월드컵 우승이 아르헨티나 민주주의 정착에 도움이 된 것처럼 말이죠.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을 이끈 스칼로니 감독은 우승 뒤 “우리는 지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안다”고 했습니다. 그런 저력을 발판 삼아 아르헨티나가 지금의 정치적·경제적 혼란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를 응원합니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외곽 쓰레기장에서 한 일꾼이 재활용 쓰레기를 자루에 담아 끌고 가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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