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전기료 인상 요청 번번이 거부”… 의도적 묵살 여부 조사

세종=김형민 기자 2022. 12. 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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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때 전기요금 인상을 10번 요청했지만, 1번 승인 받았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올해 6월 '탈원전과 전기료 인상'을 주제로 개최한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정 사장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 때 선제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했으면 적자 폭이 줄고 충격을 덜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산업부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인수위 시절 탈원전 공약을 이행하려면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인상해야 한다는 보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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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文정부 전기요금 동결’ 조사
19일 경기 수원시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에서 관계자가 전력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 때 전기요금 인상을 10번 요청했지만, 1번 승인 받았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올해 6월 ‘탈원전과 전기료 인상’을 주제로 개최한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정 사장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 때 선제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했으면 적자 폭이 줄고 충격을 덜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한전은 역대 최대인 30조 원 이상의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 한전 적자의 주된 이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지만, 정권에 대한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지로 틀어막아 온 정부 쪽에도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감사원 “기재부, 왜 전기요금 인상 반대했나?”

22일 정부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한전 등에 문재인 정부 기간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한 자료를 모두 받아 갔다. 감사원은 재무위험기관인 한전의 사업 구조를 감사하면서 적자 폭이 커진 이유가 그동안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감사원이 특히 기재부에 그동안 산업부와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요청을 왜 거부했는지, 근거 자료를 통한 소명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했다.

전기요금은 분기별로 산업부 장관이 결정하는 데 그 과정에서 물가당국인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경제 선임부처 격(格)인 기재부가 반대하면 사실상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없는 구조다.

감사원의 요청에도 기재부는 명확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가 통상 전기요금 인상을 반대하는 명분은 고(高)물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21년(2.5%)을 제외하고 0.4∼1.9% 수준으로 한국은행의 물가목표(2.0%)를 내내 밑돌았다.

한전의 당기순이익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1조4414억 원)과 2020년(2조925억 원) 두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적자다. 특히 적자 요인들이 많이 쌓인 올해는 3분기까지만 당기순손실이 16조 원을 넘어섰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이미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의도적으로 묵살한 것인지 여부도 확인 중이다. 앞서 산업부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인수위 시절 탈원전 공약을 이행하려면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인상해야 한다는 보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 기재부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 내년 전기료 인상폭 kWh당 51.6원 잠정 합의

한편 기재부와 산업부가 내년도 전기요금의 연간 인상폭을 kWh(킬로와트시)당 51.6원으로 잠정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인 가족 기준(월평균 307kWh 사용 가정)으로 월 1만3500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수준이다. 다만 인상 시기를 놓고는 두 부처의 간극이 크다. 기재부는 51.6원을 각 분기별로 균등하게 배분해 올리자고 주장한다. 물가에 주는 충격을 감안해 요금 인상을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산업부는 연간 인상폭의 절반 이상인 30원 안팎을 1분기(1∼3월)에 우선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의 적자 폭이 워낙 커 1분기에 전기요금을 가급적 많이 올려둬야 적자를 좀 더 이른 시기에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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