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숨은 이야기’ 찾기
김태언 기자 2022. 12. 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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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시의 한 미술관.
토끼장을 그린 '의문의 방문객'(2020년)을 시작으로 한 그의 2020년 작품들은 형사의 눈에 비친 사람들과 장면을 기승전결에 따라 화폭에 담은 것이다.
그는 "각 캐릭터만의 복식과 성격을 고려해 그들이 할 법한 대사를 작성해 전시장 초입에 리플릿 형식으로 배치했다"며 "글쓰기는 제 작품을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워 시작한 작업이다. 글과 그림의 관계를 살펴 감상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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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에 서사를 입히는 작가들
정해나 ‘의문의 방문객’ 등 연작… 기승전결 화폭 담고 글로 설명도
최수진은 도와주는 동료 그려내
캐릭터 만든 뒤 시리즈로 소개… 아예 소설까지 영역 넓히기도
정해나 ‘의문의 방문객’ 등 연작… 기승전결 화폭 담고 글로 설명도
최수진은 도와주는 동료 그려내
캐릭터 만든 뒤 시리즈로 소개… 아예 소설까지 영역 넓히기도
《경기 광주시의 한 미술관.
토끼장에 있던 토끼가 무더기로 실종된다.
이 일은 미미한 재산 피해 사건으로 종결됐지만 담당 형사는 찝찝함을 떨칠 수 없다.
형사는 경찰서에 휴직계를 낸 뒤 소설가로 가장한 미술관 입주 작가가 된다.
잠입 수사를 진행하던 형사는 미술관에서 계속 사라지는 다른 존재들을 발견하는데….》
어느 소설의 줄거리가 아니다. 한국화를 그리는 정해나 작가(37)의 작업일지에 담긴 내용이다. 토끼장을 그린 ‘의문의 방문객’(2020년)을 시작으로 한 그의 2020년 작품들은 형사의 눈에 비친 사람들과 장면을 기승전결에 따라 화폭에 담은 것이다. 정 작가는 개인전을 열 때마다 한 편의 가상 이야기를 구상해 글로 적고 관람객에게 공개한다.
최근 ‘화가는 그림으로 말한다’는 암묵적인 철칙에 틈이 생기고 있다. 그림에 스토리텔링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움직임은 꽤 활발하다. 작품에 별도의 설명이 없는 경우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렵게 느껴질 때도 많다. 대중과의 적극적 소통을 위해 작가들은 작품에 이야기나 세계관을 넣는다.
최근 ‘화가는 그림으로 말한다’는 암묵적인 철칙에 틈이 생기고 있다. 그림에 스토리텔링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움직임은 꽤 활발하다. 작품에 별도의 설명이 없는 경우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렵게 느껴질 때도 많다. 대중과의 적극적 소통을 위해 작가들은 작품에 이야기나 세계관을 넣는다.
최수진 작가(36)는 자신의 작업을 도와주는 제작자들을 그린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실존 인물이 아니란 것. 2015년부터 이어온 ‘제작소 사람들’ 시리즈는 열매에서 색을 추출하거나 종류별로 분류하는 가상의 존재들이 작품에 등장한다. 작가는 이들을 본인 대신 색을 주워 모아주는 ‘동료’라고 말한다. 그는 “화가는 대개 혼자 모든 것을 판단한다. ‘의지할 동료가 있으면 어떨까’ 고민하다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간판 캐릭터를 만든 뒤 이를 활용해 작품의 세계관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도파민최 작가(36)가 대표적이다. 2015년부터 그의 작품에는 분홍색 몸통을 가진 괴생명체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의인화한 캐릭터다. 도파민들이 아이스크림을 공중에 힘껏 던지거나, 울부짖는 공룡 앞에서 달리는 모습 등을 작품에 담았다. 작가는 “뇌 안에서 벌어지는 엉뚱한 상상과 그 안에서 바삐 움직이는 도파민들을 그린 것”이라고 했다.
미술 작품에 이야기를 입히는 작업을 계기로 본격 글을 쓰는 작가도 있다. 박민준 작가(51)는 장편소설 2권을 집필했다. 그는 소설과 소설 속 등장인물 및 사건을 재현한 회화 작품을 함께 발표해 왔다. 천재 곡예사인 형 라포와 평범한 동생 라푸의 이야기를 그린 그의 첫 번째 소설 ‘라포르 서커스’(2018년)는 작가의 회화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한 설명글이 토대가 됐다. 한 미술사학자가 600년 전 활동한 화가의 최후 작품을 추적한 두 번째 소설 ‘두 개의 깃발’(2020년)은 소설을 먼저 쓴 뒤 관련 회화 작품을 완성했다.
내년 2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박 작가의 개인전 ‘Ⅹ’는 이전 전시보다 서사를 생략하고 즉흥적으로 그린 작품도 많지만 이야기가 아예 없진 않다. 동물 가면을 쓴 9명의 초상회화 ‘콤메디아 델라르테’ 연작(2022년)이 대표적이다. 그는 “각 캐릭터만의 복식과 성격을 고려해 그들이 할 법한 대사를 작성해 전시장 초입에 리플릿 형식으로 배치했다”며 “글쓰기는 제 작품을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워 시작한 작업이다. 글과 그림의 관계를 살펴 감상하면 좋겠다”고 했다.
내년 2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박 작가의 개인전 ‘Ⅹ’는 이전 전시보다 서사를 생략하고 즉흥적으로 그린 작품도 많지만 이야기가 아예 없진 않다. 동물 가면을 쓴 9명의 초상회화 ‘콤메디아 델라르테’ 연작(2022년)이 대표적이다. 그는 “각 캐릭터만의 복식과 성격을 고려해 그들이 할 법한 대사를 작성해 전시장 초입에 리플릿 형식으로 배치했다”며 “글쓰기는 제 작품을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워 시작한 작업이다. 글과 그림의 관계를 살펴 감상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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