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월드컵이 우리정치에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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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임인년의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는 팬데믹의 지속, 경기 침체, 산불·수해 및 이태원 참사 등으로 힘들고 어두운 한 해였다.
대통령과 정치가들이 새로운 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기준에 맞춰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며, 뇌물과 부패, 족벌주의, 권력남용 등 봉건적 악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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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임인년의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는 팬데믹의 지속, 경기 침체, 산불·수해 및 이태원 참사 등으로 힘들고 어두운 한 해였다. 부족했던 점을 성찰하며 희망찬 새해를 준비하는 시점이다. 우선 소모적 정쟁으로 국민께 실망을 안긴 정치권이 반성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직후 "대선 승리는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며 "야당과도 협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약속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야당이 내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야당탄압 프레임'에 부딪혀 사사건건 대립과 정쟁의 늪에 빠졌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한 방탄공방으로 여야가 협치를 외면하고 권력장악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에 몰두하고 있을 때,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희생된 159명의 넋을 위로하고 재발방지에 나서야 하는 정치권은 그 순간까지도 책임공방으로 골든타임을 잃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밝은 면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을 때 희생자들과 같은 또래의 태극전사들이 보내온 16강 진출의 승전보는 너무나 값졌다. 이번 월드컵의 쾌거는 무엇보다도 2002년 월드컵의 상징인 혁신과 통합의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선보인 붉은악마들의 거리응원은 2022년 월드컵에서도 남녀노소와 지역, 빈부를 막론하고 마음을 터놓고 어울리는 통합과 축제의 장으로 부활했다. 붉은악마들의 거리응원은 히딩크 감독의 혁신 리더십과 짝을 이루는 다이내믹 코리아의 정신을 상징한다.
'학연·지연 배제-실력위주 선발'을 내건 히딩크의 리더십은 정치·국가 혁신으로 연결되어 공감을 받았다. 대통령과 정치가들이 새로운 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기준에 맞춰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며, 뇌물과 부패, 족벌주의, 권력남용 등 봉건적 악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교훈이다. 히딩크의 '혁신 리더십'은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로 이어졌다. 그의 '빌드업 노선'은 한국축구의 약점이 된 '뻥축구(kick and rush)'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축구협회 부회장 자격으로 2023년 아시안컵 유치에 나서고 있는 축구스타 이영표는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 월드컵의 정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모두 경험했다. 남의 차 위에 올라가서 응원을 해도 웃어넘기기도 했다. 상대가 누구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서 모두가 포용하고 통합했다. 당시 한국 사회는 갈등이 심했는데도 월드컵을 통해 하나로 뭉쳤던 기억이 있다. 아시안컵도 2002년의 국민 대통합을 재현할 것이라 확신한다."
20년간의 유산으로서 월드컵에서 되살아난 혁신과 통합의 에너지는 정치권의 협치로 모아지는 게 수순이다. 윤 대통령은 12월 8일 월드컵 축구대표팀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손흥민 선수가 리더십을 발휘해 어려운 경기를 잘 해냈다"며 "저도 대통령으로서 국가가 어려울 때 책임을 갖고 잘 하겠다"고 했다. 새해에는 여야협치에 성공하도록 대통령이 책임있게 행동하기를 기대해본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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