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의사 수부터 늘려야 필수의료가 산다
근무중 뇌출혈로 쓰러진 아산병원 간호사는 개두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어 결국 사망했다. 소아과,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과목 전공의는 언제나 그렇듯이 올해도 구인난이다. 필수의료가 부족하다고 난리다. 사실이다. 근거를 댈 필요도 없고 통계치 들고 올 이유도 없다. 문제는 해법이다.
의협에 따르면 의료의 지역편차와 필수의료 부족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돈을 더 주는 거다. 이해당사자의 주장이니 특별하거나 새로울 것은 없다. 2022년 12월14일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소아과 전공의 미달사태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내용이 비슷하다. 낮은 수가와 비급여 영역의 부재를 이유로 들었다. 추가로 2018년 한 병원의 집단 소아감염 사태의 예를 들고와 소아진료의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것이 문제라고도 주장한다. 의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논지다. 부모들 대하는 게 감정노동이 된다거나 의료인 폭력도 문제라고 한다.
요약하면 의사에게 돈 더 주고, 책임은 덜 묻고, 자꾸 따지지 말고, 폭력이나 폭언을 못 하게 하면 필수의료가 해결될 거란다. 그런데 어차피 필요 이상의 책임을 지우는 건 법이 막아준다. 폭력, 폭언도 법이 엄격히 금지한다. 심지어 의료법에 의거해 의사 폭행은 가중처벌된다. 결국 돈문제만 남는다. 진짜 그런가?
이번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2009년 7월 흉부외과 수가는 100% 인상됐다. 13년이 지난 현재 흉부외과 전문의와 전공의 수는 오히려 줄었다. 소아흉부외과는 멸종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국정감사에서는 흉부외과의 수가를 올려줬더니 병원 배만 불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돈을 2배나 더 주면 필수의료가 해결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흉부외과만 수가를 올린 게 아니다. 산부인과의 분만수가도 올렸고 외과의 수가도 올렸다. 그럼에도 이들 필수과목의 극심한 인력부족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한다. 수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난 10여년 우리 사회의 경험이다.
복지부는 생각이 다른 것 같다. 복지부는 지난 12월8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제목이 내용을 요약했다. 한마디로 보험료 아껴 필수의료에 돈을 더 주겠다는 얘기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장과 똑같다. 지난 10여년간 해온 대책과도 똑같다. 해결이 안 된 역사에 비춰 이번 복지부의 대책도 필수의료를 살리지는 못할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다. (물론 대형병원들 몇몇 군데는 이익을 볼 것이다. 이 역시 경험한 바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필수의료만 부족한가? 공공의료는 어떤가-코로나를 계기로 공공병원의 절대 부족이 확실히 드러났다. 1차 의료는 어떤가-국민의 75%가 만성병으로 사망하는데 아직 주치의 제도조차 도입되지 못했다.
모두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의사가 필요한 일들이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근본적인 모순은 의사 수의 절대부족에서 시작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의사 가지고 돌려막기 해봐야 어차피 안 된다.
그러니 해결책도 의사 수를 늘리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다 좋다. 배출되는 의사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공급량이 커진다.
예수님은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5000명의 군중을 먹였다. 그렇지만 복지부는 5000만명의 우리 국민을 치료할 충분한 수의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 흉부외과 갈 사람 소아과로 가고 경상도 갈 의사 전라도 보내는 식으로는 해결하지 못 한다. 일단 빵이 있어야 모두에게 나눠줄 수 있을 거 아닌가.
윤한덕 응급의료센터장은 추석연휴에 당직을 서다 세상을 떠났다. 송주한 세브란스병원 중증환자 전담의도 떠났다. 월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사가 부족해서였다. 우리 사회는 이토록 소중한 자원들을 그렇게 잃었다.
복지부는 정답을 알면서 일부러 피해간다. 의협이 무서운 건가, 국민 무서운 줄을 모르는 건가.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혁용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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