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머스크 지고 루이비통 떴다, 엎치락뒤치락 부자 순위
명품 인기 솟구치며 아르노 자산가치 급등
인도 에너지 인프라 사업 아다니, 3위 기염
기술주 하락으로 빅테크 창업주 순위 속락
공급망 혼란 와중 부자순위 전망도 안갯속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더 이상 세계 최고 부자가 아니다. 전 세계 부자 1위 자리를 루이비통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다에게 빼앗겼다. 인도 아다니 그룹을 이끌고 있는 고탐 아다니 회장도 1위 자리를 향해 무섭게 달리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이 저물면서 부자 지형에 큰 변화가 일고 있는 분위기다.
◇지구에서 제일 돈 많은 '명품 재벌'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머스크가 1위 부호 자리에서 밀려났다. 테슬라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한 단계 순위가 떨어진 것이다. 이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머스크를 대신해 세계 최고 부자가 된 인물은 바로 '모엣 헤네시 루이비통'(LVMH) 회장인 아르노다. 포브스에 따르면 아르노는 1862억 달러(약 237조7780억원)의 자산가치를 평가받아 세계 1위 부호가 됐다. 옷, 술, 보석, 시계까지 여러 분야에서 고급 브랜드를 거느린 루이비통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구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 됐지만 머스크,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만큼 알려지지는 않았다. 머스크와 베이조스의 이름은 종종 뉴스에서 보고 들리지만 아로노는 다소 생소하다.
그는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트워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중의 주목을 그다지 끌지 않는다. 하지만 LVMH의 브랜드와 제품은 세계에서 너무 유명하다. 이는 아르노 영향력에 대한 하나의 증거일 것이다.
아르노는 1949년 프랑스 북부 루베에서 태어났다. 1971년 프랑스 명문 공과대학인 에콜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한 뒤 아버지가 경영하는 건설회사에 들어갔다. 1978년 아버지에 이어 회장 자리에 올랐다. 1981년 자신과 성향이 맞지않은 사회당이 집권하자 미국으로 건너갔다. 플로리다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해 성공했다. 그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친분을 맺었다.
1984년 프랑스로 돌아온 그는 이듬해 파산 직전에 처해있던 크리스챤 디올의 모기업 부삭(Boussac)을 인수하면서 명품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는 강력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향수 브랜드로 유명한 디올과 세계 최초 백화점 봉 마르셰만을 남겨놓고 나머지 회사들은 모두 매각 처리했다.
40살 때인1989년에는 루이비통을 인수해 회장 겸 CEO가 됐다. 2021년에는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도 사들였다. 공격적인 인수·합병 덕분에 패션, 주류, 시계, 보석, 화장품, 소매, 뷰티, 호텔 등 75개 유명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이렇게 많은 브랜드 가운데 루이비통(명품), 모엣 샹동(와인), 헤네시(코냑)의 브랜드 이니셜을 따서 사명인 LVMH를 지었다고 한다.
LVMH의 성장과 함께 대주주인 아르노의 자산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LVMH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그동안 억눌렸던 쇼핑과 여행 수요의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다. 매출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19년과 2020년 잠시 주춤했지만 이후 계속 성장세다.
올해 73세인 아르노는 결혼을 두 번 했다. 현재 두번째 부인인 피아니스트 헬렌 메르시와 살고 있다. 첫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델핀느(47), 안토니(44)를 두었다. 두번째 부인과는 알렉상드로(30), 프레데릭(27), 장(23) 삼형제를 낳았다.
다섯 자녀 모두 LVMH 그룹 내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장남 안토니는 벨루티 CEO와 로로 피아나 회장을 맡고 있다. 장녀 델핀느는 루이비통의 수석 부사장이다. 차남 알렉상드르는 티파니의 제품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이다. 삼남 프레데릭은 태그호이어의 CEO다. 막내 장은 루이비통 시계사업부의 마케팅 및 제품 개발 총괄이다.
장남에게 경영권을 넘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LVMH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CEO의 정년을 75세에서 80세로 연장하는 안을 확정한 것을 보면 당분간 아르노 회장의 집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로 세계 3위 부자된 인도인
아르노 외에도 눈여겨볼만한 억만장자가 한 명 더 있다. 인도인 고탐 아다니(60)다. 그는 포브스 선정 전세계 부자 순위 3위다. 아다니 그룹 창업자인 그의 자산은 1348억 달러(약 172조1400억원)로 추정된다. 그는 미국의 기술기업 창업자들이 지배해 온 부자 순위에서 기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첫 아시아인이다.
아다니 그룹은 타타,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와 함께 인도의 3대 그룹 중 하나다. 그룹의 사업은 에너지, 항만, 공항, 물류, 산업, 자원, 가스, 국방, 항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7개 상장 계열사를 두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인프라와 재생 에너지 개발을 강조하면서 그의 그룹사 주식 가치가 크게 오르고 있다.
'인프라 갑부'로 불리는 그는 자수성가한 기업가다. 인도 북서부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 출신이다. 작은 섬유회사를 운영하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구자라트대학을 다녔으나 학업보다는 사업에 관심이 더 많았다. 대학을 중퇴하고 뭄바이로 건너가 다이아몬드 감별 및 거래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재미는 보지 못했다. 2년 뒤 고향으로 돌아와 형제들이 운영하고 있던 플라스틱 공장 경영을 돕게 된다.
여기서 그는 기회를 포착했다. 플라스틱 수출과 수입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1988년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를 세운 뒤 고속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1991년 인도 정부가 경제자유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그의 사업은 급속히 팽창했다. 그는 철도·전력망·항만을 건설했고, 인도네시아와 호주의 탄광을 사들였다. 빚으로 시작했던 아다니 그룹은 거대한 제국이 됐다.
하지만 그는 정경유착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룹이 이렇게 급성장한데는 동향 출신인 모디 총리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다. 정권과의 긴밀한 관계를 이용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런 아다니 회장을 두고 인도 언론계는 "인도 거물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인물"이라고 묘사한다.
세계 최고 부자 자리는 빅테크 창업자가 아닌 명품업체 회장에게 돌아갔다. 팬데믹 영향으로 쭉쭉 나가던 빅테크 오너들의 상황이 엔데믹 시대가 도래하면서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산이 깊으면 골도 깊은 법이라던가. 머스크, 베이조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은 계속 자산이 빠지면서 울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진 재정 확대, 저금리 기조의 반사 수혜로 이들이 떼돈을 벌던 시대가 끝나간다. 대신 그 자리를 다른 인물들이 메우고 있다. 부호 순위에 지각 변동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글로벌 '부(富)의 지도'가 어떻게 그려질지 궁궁해진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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