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중견국 역할 더 커지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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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경제 전망과 국제정세를 놓고 비관론이 넘쳐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계속해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들은 과거 냉전기 때보다 더 크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때문에 이들 중견국이 과거 냉전기와 질적·구조적으로 다른 탈냉전기 세계 상호의존의 현실성과 중요성을 담보해내는 외교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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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 상호의존성 단절
공급·수요국 모두에 치명적
중견국, 외교역량 보여줄 때
2023년의 경제 전망과 국제정세를 놓고 비관론이 넘쳐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계속해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도는 세계 곳곳에서 더 높아지고 있다. 안보 불안과 경기침체가 겹치는 미증유의 복합위기가 2023년을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러한 참여와 결합은 지난 30여년 동안 글로벌 체제와 교역 구조의 중요한 틀로 작용했다. 물론 체제 위협국들과의 상호의존을 불편해하거나 만족하지 못하는 우려도 커졌다.
선진국들과 민주주의 국가들의 불안은 체제 위협국들과 교류를 지속하면 이들의 경제력과 기술력이 향상돼 결국에는 군사 및 안보 능력에서 이들에게 취약해진다는 공포에 기초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공포를 극대화해 석유, 가스 등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유럽의 가치사슬을 배제하는 시도를 명확히 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에너지 가격과 식량 가격의 폭등, 유럽과 세계의 경기침체, 유럽 지역 국가들의 경쟁력 약화 등에 미치고 있다.
그러면 2023년은 냉전기의 특징이었던 ‘진영적으로 단절되고 닫힌 경쟁’ 시대로의 회귀가 명확해지는 해가 될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과거로의 회귀는 어려울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알 수 있듯 미국과 유럽·서구와의 연대에 주저하거나 적극적이지 않은 동맹국들, 혹은 주요 지역 중견국들이 눈치를 보면서 자국의 실리를 택하려 하기 때문이다.
보편적 가치를 놓고 이들을 압박하는 것은 정치적·도덕적 측면에서는 가능하다. 하지만 튀르키예(터키)와 같은 동맹국들, 인도와 같은 주요 지역 맹방들, 브라질과 같은 중견국들에 ‘불편한 적대국’들과의 상호의존 단절을 강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들 국가가 치러야 할 경제 단절의 비용과 지정학적 안전이 위협받는 비용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이러한 압박이 초래할 국내 정치적 불안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교정과 재구조화 작업을 ‘신냉전’이라는 단어를 통해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현재 세계의 모습과 구조를 설명하는 데 부적절하다.
냉전기에는 적대적 국가들끼리 복합적 의존 구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탈냉전기 시스템은 글로벌 가치사슬(GVC)상의 전후방 참여(Forward & Backward Participation)를 통해 개별 국가들이 복합적 상호의존으로 엮여 있다.
냉전 시대의 정경분리와 달리 탈냉전 시대에는 정경분리가 불가능하다. 경제안보 논리가 커지는 이유다. 경제안보는 ‘공급의 안보’뿐 아니라 ‘수요의 안보’도 있다. 때문에 이런 상호의존성의 단절은 공급국, 수요국 모두에게 치러야 할 비용을 요구한다.
현재 세계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들은 과거 냉전기 때보다 더 크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견국들의 도움 없이는 그 어떤 강대국도 자신들이 원하는 구도와 결과를 도출해 내기가 어렵다.
때문에 이들 중견국이 과거 냉전기와 질적·구조적으로 다른 탈냉전기 세계 상호의존의 현실성과 중요성을 담보해내는 외교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게 가능하다면 세계는 과거 상호의존의 황금기와는 다르겠지만 ‘진영적으로 단절되고 닫힌 경쟁’의 냉전기 구도와도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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