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우리생물] 호랑이 발톱 닮은 ‘호랑가시나무’

2022. 12. 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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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를 들어본 적 있는가.

겨울을 신의 분노로 여긴 고대 유럽인들은 늘 푸른 호랑가시나무가 그 분노를 풀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장식에 호랑가시나무를 사용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호랑가시나무 장식으로 트리를 꾸미며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였던 2000여년 전 그날처럼 새해 우리의 일상이 평화로 가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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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를 들어본 적 있는가. 겨울이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음에도 의외로 이 식물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광택 나는 짙은 녹색 잎과 선명한 빨간색 열매로 성탄절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장식의 재료가 되는 나무다.

잎 가장자리 가시가 호랑이 발톱과 비슷하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열대와 온대 지방에 걸쳐 약 600종이 알려진 감탕나무속(屬)에 속한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감탕나무속 식물로는 감탕나무, 먼나무, 꽝꽝나무, 대팻집나무 등이 있다. 이들은 호랑가시나무와 사철 푸른 떨기나무라는 점은 같으나 잎 가장자리에 가시가 뚜렷하게 발달하진 않는다.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의 자연 교잡종으로 전남 완도에서 처음 발견된 완도호랑가시나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분포한다. 사철 푸르고 광택이 나는 잎, 빨간색 열매 때문에 관상용으로 인기가 좋아 많은 원예종이 개발되었다. 식물 전체에 약용 성분이 있어 예로부터 약으로도 사용하였다.

동서를 막론하고 호랑가시나무에 대한 사연은 많다. 우리나라는 바람의 신인 영등할머니가 온다는 영등날(음력 2월 초하루) 액운을 쫓기 위해 호랑가시나무로 정어리의 눈을 꿰어 걸어놓았다고 한다. 겨울을 신의 분노로 여긴 고대 유럽인들은 늘 푸른 호랑가시나무가 그 분노를 풀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로마인들은 존경과 희망의 상징으로 심었다고 한다. 조앤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마법 지팡이 중 하나가 호랑가시나무로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성탄절 장식으로 유명하다. 중세 교회에서 날카로운 가시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에 썼던 가시관을, 열매는 그가 흘린 피를 상징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장식에 호랑가시나무를 사용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이틀 뒤면 성탄절이다. 호랑가시나무 장식으로 트리를 꾸미며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였던 2000여년 전 그날처럼 새해 우리의 일상이 평화로 가득하길 바란다.

노태권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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