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구어의 간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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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말하기에 관해 여러 견해가 있다.
말처럼 글을 써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글은 말과 완전히 다르다는 사람도 있다.
요즘은 글을 잘 쓰기 위해 말을 배우자는 주장도 많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말하듯 글을 쓰자"라는 취지의 책이 크게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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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미국 학자 피터 엘보의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구어체가 속어적이고 문어체가 고급이라는 생각에 찬물을 끼얹고 그런 생각이 편견이라는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 문어는 주의 깊게 정리된 언어에 가깝고, 구어는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언어에 가깝다. 구어체는 친구나 가족의 대화처럼 격식 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누구나 이런 혼란스러움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엘보의 생각은 달랐다.
학생들이 엉망이 된 글을 가지고 교사를 찾아가면 교사는 묻는다. “도대체 네 말의 요지는 뭐니?” 그러면 학생들은 줄줄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엘보는 학생들이 말을 할 때는 요지를 잘 짚었는데 왜 글을 쓰면 그렇게 안 되는지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구어가 몇 마디로 상황을 정리하는 장점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속담이나 금언은 간결한 말 몇 마디로 모든 내용을 정리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같은 속담이 정말 그렇다. 엘보는 글이라면 결코 이렇게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 논리적인 설명을 하기 위해 분명히 장황하고 복잡한 문장을 썼을 것이다.
나는 구어의 이런 간결함도 필요하지만 짧은 절이나 문장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도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친구와 이야기할 때 짧은 절을 쓰거나, 짧은 문장을 쓰면서 대화를 진행한다. 논설문에서 보듯이 긴 내포절을 사용해 문장을 복잡하고 장황하게 만들지 않는다. 서술어를 중심으로 말을 이어가면서 상대방과 함께 필요한 이야기를 구성해 간다. 화자와 청자 간의 공감 있는 소통의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문어도 구어처럼 빠르게 내용을 진행하면서 독자와 공감적 스토리를 만들 때 성공할 수가 있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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