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유예에 동학개미 '안도'…대주주 10억 원 유지엔 매물 폭탄 '걱정'

이선영 2022. 12. 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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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도입 2년 유예,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
양도세 대주주 기준 현행 10억 원 유지
연말 증시 대주주 매물 폭탄 걱정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요건 상향이 부결되면서 현행 10억 원으로 유지돼 양도세 회피 물량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여야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기로 최종 결정한 가운데 금투세 유예를 바라던 동학개미(개인투자자)들과 금융투자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요건 상향이 부결되면서 현행 10억 원으로 유지돼 양도세 회피 물량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관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잠정 합의하고 예산부수법안을 발표했다.

합의에 따르면 금투세는 도입을 2년 유예하고 증권거래세에 대해서는 현행 0.23%인 세율을 내년 0.20%, 2024년 0.18%, 2025년 0.15%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한다. 양도세는 현행대로 과세하고 대주주 기준과 보유금액 기준은 현행 대로 10억 원을 유지한다.

여야의 이번 합의로 금투세 유예를 바라던 개인투자자들과 금투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 시행과 함께 쏟아질 세금 회피 물량으로 지수의 추가 하락을 걱정했고, 금투업계에서는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세제시스템 마련이 미흡해 금투세 도입 시 초반 혼선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금투세 도입으로 주식시장이 더 위축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었다.

내년 1월 1일 도입 예정이던 금투세가 일단 2년간 유예되면서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완전히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 금융시장 상황이 아직은 회복이 안 됐다고 봐서 금투세 2년 유예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 같다"며 "2023년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세부적으로는 개인 회사채 투자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고 이런 것들이 나왔다. 내년 초까지 크레딧 시장 불안감들도 여전히 크고 채권뿐만 아니라 주식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황 자체로 본다면 오히려 투자자들을 유도하는 정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게(금투세가) 2년 뒤에 도입될지 안 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한 개인투자자는 "금투세가 유예돼 다행"이라며 "다만 주식 투자라는 것은 1년에 딱 200만 원만 벌자는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 돈 벌어서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심리를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다. 거기에 세금을 물리면 투자자들의 공분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20일 '금투세 유예 및 대주주 금액 즉각 확정 발표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더팩트 DB

금투세는 국내 상장주식과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연간 기준 5000만 원 또는 기타 금융투자소득으로 250만 원이 넘는 순소득을 올리면 수익의 20%, 3억 원을 초과하는 소득을 올리면 25%를 과세하는 제도다. 기재부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1년 동안 11개 증권사의 주식 거래 내역을 분석해 추산한 금투세 과세 대상 인원은 약 15만 명이다.

양도세의 대주주 요건을 종전과 동일한 1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양도세 향방을 지켜보고 있던 '큰 손' 개인투자자들이 납회를 앞두고 매도 물량을 쏟아낼 가능성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현행 유지하기로 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면서 "최악의 경우를 피하긴 했으나 매년 말마다 한국 증시가 치르는 대주주 양도세 회피물량 리스크는 이번에도 재연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종목별 보유금액 100억 원 이상 주주는 1411명으로 보유금액은 162조6900억 원에 달한다. 10억 원 이상~100억 원 미만은 6316명으로 보유금액은 16조5100억 원이며, 10억 원 미만 주주는 2744만2389명으로 보유금액은 248조62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21일부터 28일까지 8조5070억 원에 이르는 매물을 쏟아냈다. 특히 개인들은 증시 마지막 날인 12월28일 하루에만 3조 원이 넘는 매도 물량을 내놨다. 금투업계에서는 이 중 상당수가 세금 회피성 매도 물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 20일 '금투세 유예 및 대주주 금액 즉각 확정 발표하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와 대주주 요건 50억 원 상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 공약인 '주식양도세 폐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100억 원이 타당하지만 반대하는 민주당의 주장도 일리가 있으므로 서로 양보해 중간 지점인 50억 원으로 타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투연은 "예산안에 대한 법정 처리 기한을 계속 넘기며 여야 대치 정국이 증시 폐장을 얼마 앞둔 시점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대주주 금액을 저울질하는 시중 대기자금이 증시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며 "불안한 고액투자자들은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매도를 이어가고 있는 중으로 이로 인해 수많은 주식투자자들은 엄청난 보이지 않는 손실과 마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한투연이 지난 11월 18일 발표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거나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투세를 2년간 유예해야 하거나 도입 자체를 반대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57.1%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금투세 도입을 2년간 유예하자는 응답이 36.2%, 도입 자체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20.9%였다. 반대로 내년 1월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34%로 나타났다. 8.9%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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