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예산안 극적 타결…'안전운임제 처리' 추가 논의키로

송다영 2022. 12.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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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경찰국 100% 관철 못 시켜 예산 50% 삭감"
野 "요구한 것 대체로 받아들여져"

여야가 22일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을 일괄 합의, 23일 오후 6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예정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여야가 마라톤 협상 끝에 22일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을 일괄 합의했다. 국회는 23일 오후 6시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협의의 쟁점이었던 법인세는 현행 과세표준 구간별로 각 1%p씩 세율을 인하하기로 했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2년 유예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결사 반대했던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경비는 절반으로 줄었다.

민주당은 막판 협상을 통해 야당이 요구한 것은 대체로 받아들여졌다며 협의 결과를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00% 관철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일몰 시한 만료가 예고된 화물 안전운임제 등 일몰법은 오는 28일 처리하기로 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면서 정쟁의 불씨가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이날 오후 5시 15분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합의안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여야는 23일 오후 6시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의결한다.

합의서에 따르면 앞서 정부의 발표한 대비 4조 6000억 원을 감액하고 국가 채무와 국채발행규모는 정부안보다 늘리지 않기로 했다. 증액 과정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공공분양주택융자사업)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약(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각각 반영했다. 내년도에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예산은 2525억원을 편성하고, 공공분양주택융자사업의 정부안은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이 대표의 주문사항이었던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6600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야당이 강하게 반발했던 행정안전부의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은 50% 감액했다. 다만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면 나머지 예산을 반영하기로 했다. 또 민주당이 주장했던 공공형 노인일자리와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을 위한 957억 원의 예산 증액, 쌀값 안정화를 위한 전략작물직불사업 예산(400억 원)도 반영됐다. 대통령실이 추진 중인 용산공원조성사업은 '용산공원조성 및 위해성저감사업'으로 명칭을 변경 후 추진하기로 했고, 기초연금 부부감액 폐지 및 단계별 인상 방안은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여야는 세제 개편안 등을 담은 예산안 부수법안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법인세는 현행 과세표준 구간별로 각 1%포인트씩 세율을 인하하고, 금투세는 시행을 2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유예 기간 동안 주식양도소득세는 현행대로 과세하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현재 0.23%→2023년 0.20%→2024년 0.18%→2025년 0.15%)하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는 공제금액을 9억 원(1세대 1주택자는 12억 원)으로 하고, 세율은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무관하게 2주택자까지는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과세표준 12억원 초과부터 누진제도를 유지하되 세율은 2.0~5.0%로 하기로 했다. 앞서 여당은 금투세 2년 유예를, 야당은 조건부 2년 유예를 주장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내년 증권거래세율을 0.15%로 인하하고, 주식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 그대로 유지하면 정부의 금투세 2년 유예 방안을 수용하겠다'는 제안했지만, 정부가 거부했다.

성탄절을 앞두고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한 것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최후통첩을 날린 데다, 여야 모두 나라 살림을 정쟁화하고 있다는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여야는 내년 예산안 처리를 두고 법정 시한과 회기를 넘기면서 협상을 이어왔으나 합의는 번번이 결렬됐다. 김 의장은 중재안을 두 차례 제시하고, 4차례에 걸쳐 합의 기한을 정해주며 여야 합의를 주문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을 반복하자 지난 16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김 의장은 "정치하는 사람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하는데 취약 계층을 도우려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늘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고성을 지르며 양당 원내대표를 질타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여야에 "2023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23일 오후 2시에 개의할 예정"이라고 '5번째' 협의 기한을 통보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각각 '민생'을 위해 예산안 협의를 적극 타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복합 경제 위기 속에서 민생과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임해왔다"며 "과정에서 여야 입장차가 세법 문제를 비롯해 시행령 예산 등과 관련해 있었지만 더 이상 국민들께 누를 끼쳐선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협조하는게 중요하단 차원에서 서로 대승적으로 타협을 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도 "법정기한(12월 2일)이 지나고 많이 초초해 졌다. 정기국회 기간(12월 9일)을 넘기고는 정말 안절부절했다. 저희가 소수여당이지만 정부의 정책이나 철학이 반영될 수 있는 예산을 많이 반영하고자 했다"며 "복합적 위기 경제 속에서 예산이 제대로 집행돼 위기 극복의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막판 협의 끝에 '민생 예산' '초부자감세 관련' 등 당 차원에서 빼앗길 수 없는 부분들을 상당수 반영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남윤호 기자

당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야당 단독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거라며 으름장을 놨던 민주당이지만, 막판 협의 끝에 '민생 예산' '초부자감세 관련' 등 당 차원에서 빼앗길 수 없는 부분들을 상당수 반영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합의문 낭독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생 예산과 관련해 "대폭 증액하겠다는 것은 대체로 민주당이 요구하는 것들이 다 반영됐다"며 "지역사랑상품권, 공공임대주택, 노인 일자리, 경로당 지원 사업, 쌀값 안정화 등 정책 사업으로 진행했던 것이 반영됐고 서민 고금리 상황에서의 금융 지원 예산도 늘었다"고 평가했다.

합의가 지연됐던 주요 쟁점사안들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당초 야당이 의견을 굽히지 않았던 법인세 최고세율이 전 구간 1%포인트 인하로 정해진 데 대해 박 원내대표는 "당 내에서도 위 구간만 인하하면 실효세율에선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형평성 차원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경찰국 등 운영 경비가 절반으로 감액된 것과 관해서는 "입장이 너무 팽팽한 상황에서 중간인 50%에서 합의를 하되 부대의견으로 이견 해소를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 시 대안을 마련키로 절충한 것으로 국회의장이 말한 내용"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소수 여당은 힘들다'며 합의에 있어 관철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쏟아냈다. 다수 의석인 민주당의 눈치를 봐 양보한 부분이 많았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합의문 낭독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협상 결과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는 질문에 "각 당이 서로 됐다고 생각했으니 합의한 것 아니겠냐만은 소수여당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고 싶었지만, 민주당의 동의를 못 받아서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또 주 원내대표는 소감을 묻자 "소수여당은 너무 힘들다. 빨리 다수 여당이 됐으면 좋겠다"며 볼멘 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야가 쟁점 사안 중 가장 치열하게 맞붙었던 이슈로 '법인세 인하'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 '지역화폐'를 꼽았다. '지역화폐 예산이 현 정부 철학과는 맞지 않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에 주 원내대표는 "기간을 넘겨 준예산으로 갈 수 없는 점도 있어 타협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또 경찰국 예산이 감액된 데에 대해 그는 "감액 이유는 (야당을) 100% 관철하지 못해서"라고 덧붙였다.

여야는 화물 안전운임제 등 일몰조항이 있는 법을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다만 '합의'까지 이르지 못해 정쟁의 불씨는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일명 안전운임제인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민주당이 정부의 '3년 연장안'을 수용했으나 국민의힘과 정부가 '원점에서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와 관련, 박홍근 원내대표는 "(법사위 처리가) 합의됐다는 것들은 아니다. 내용은 더 따져봐야 한다. 정부여당이 지금 '3년 연장안'을 말을 바꿔서 못하겠다고 하고 있는 졸렬한 상황 아닌가. 필요하면 향후 관련 쟁점을 갖고 논의해 타결되는 대로 본회의에 올려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합의가 되면 (처리를) 하기로 했다"고 했다.

한편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예산안 처리를 여야가 '밀실 협의' 처리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남윤호 기자

한편 '소수 야당'에서는 예산안 처리를 여야가 '밀실 협의' 처리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오전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예산안 논의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두 거대 정당 지도부의 밀실에서 밀당 거래로 이뤄지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용 대표는 △예산부수 세법 개정안 논의가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 위원들 사이 얕은 수준의 심사를 거쳤을 뿐인 점 △이후 양당 지도부들의 합의안이 언론을 통해서만 공개되는 점 등을 지적했다. 그는 양당의 예산안 협의를 두고 "정작 국민들에게 특히 경제적 약자들의 2023년 살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회복지 예산안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며 "예산 논의는 최소한 국회의 정식 논의기구의 논의로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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