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 예산 합의안 들고 용산行… 원내대표들 회동후 급진전

김아진 기자 2022. 12. 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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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협상 뒷얘기

여야가 23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양측이 막판까지 치열한 수싸움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22일 “더 늦어지면 민생·경제에 악영향이라는 교감하에 결국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왼쪽부터)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4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을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자 지난 21일 “23일 오후 2시에는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내놓은 단독 수정안이든, 정부안이든 더는 시간을 끌 수 없다는 ‘최후 통첩’이었다. 예산안 법정 시한은 12월 2일이었지만 여야 충돌로 타결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의장이 못 박은 23일을 하루 앞둔 22일 오전까지도 여야 원내대표 측은 “아직 합의를 못 봤다”고 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결국 올해 마지막 날까지 협상을 끄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러다가 주호영 국민의힘,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후 3시 전후로 비공개 회동을 하고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 오후 5시 15분 합의문을 발표했다.

상황 반전 배경에는 김 의장과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이 막후에서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이번 주 국회 인근 호텔에서 언론의 눈을 피해 주호영, 박홍근 원내대표를 여러 차례 불러 합의를 시도했다. 김 의장은 한 총리 등 정부 측 인사와도 긴밀하게 연락해왔고,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여야 잠정 합의안을 들고 용산 대통령실을 찾았다고 한다. 추 부총리는 국회에 머물며 양당 원내대표를 찾아 설득 작업을 했다. 국회 관계자는 “이때까지도 여야, 의장실 모두 합의에는 부정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여야가 한 발씩 더 양보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특히 이날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경찰위원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각하하면서 기류가 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결정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주장해온 경찰국 설치의 근거가 되면서 야당도 경찰국 예산을 편성해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여야가 첨예하게 다퉜던 법인세 인하 문제에 대해서 “만족스럽지 않지만 야당이 저렇게 버티는데 어쩌겠냐”며 물러선 것도 협상 물꼬를 텄다. 여기에 여야 모두 예산안 협상이 올해를 넘길 경우 불어닥칠 역풍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에 대한 거야의 발목잡기 프레임이 매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두 달 가까운 협상 속에서 여야 원내대표도 체력적으로도 매우 힘들었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윤 대통령을 찾아 가기도 했으며, 협상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108배를 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결국 여야는 윤 대통령과 여당이 요구했던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약 5억원)을 50% 감액한 후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나머지 예산을 반영하기로 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전액 삭감을 주장했었다. 또 여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요 공약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으로 3525억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요구했던 7050억원의 절반이다. 윤 대통령의 핵심 사업인 공공분양주택 융자사업의 정부안(약 1조4000억원)은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대표가 강조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도 6600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주장한 5조900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액수다. 야당이 반발한 용산공원 조성 사업의 경우 ‘용산공원 조성 및 위해성 저감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내년 중점 정책을 이끌어갈 동력을 얻었고, 이재명 대표는 지역화폐 예산 등 ‘서민 감세안’을 일부 받으며 명분을 챙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 모두 한 발씩 양보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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