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할 거 같으면 말해”… 동급생 괴롭혀 극단 선택 내몬 고교생들 2심서 감형

재판부 “초범이고 반성하는 점 등 고려”

 
고교 동급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온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관련해 가해자들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광주고법 형사1부(이승철 고법판사)는 22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18)군 등 6명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모두 동급생 사이다.

1심에서는 총 10명 중 5명에게 소년법에서 정한 실형이 선고됐는데, 실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내려진 6명과 검찰이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1심에서 장기 3년 단기 2년을 선고받은 A군은 항소심에서 징역 장기 2년 6개월, 단기 2년으로 감형됐다. A군과 함께 피해자를 수차례 괴롭힌 B군과 C군도 각각 장기 1년 6개월·단기 8개월, 장기 1년 6개월·단기 1년으로 감형됐다.

D군에 대해서는 공동폭행 방조 혐의를 유죄로 보고 원심과 같은 징역 장기 1년·단기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E군은 벌금 500만원을, 1심에서 징역 장기 1년·단기 6개월을 선고받은 F군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장난이고 남학생 사이에서는 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치부하며 피해자를 폭행하고 웃음거리로 삼았다”며 “범행 경위나 방법을 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죽음이 온전히 피고인들의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피고인들로 인해 상당한 고통을 겪었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피해자 유족에게 용서받지 못했으나 관련 민사소송에서 일정 금액을 각각 공탁한 점, 초범이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다소 무겁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A군 등은 지난해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동급생인 피해자를 광주 광산구 모 고등학교 교실 등에서 수십 차례 폭행하고 가혹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유서를 남긴 뒤 지난해 6월29일 광주 광산구 어등산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맷집이 좋다. 맞아도 아파하지 않는다”며 주먹으로 어깨를 내리쳤고 뺨을 때리거나 다른 학생들 앞에서 옷을 벗기려 했다. 이들은 목을 졸라 고의로 기절시킨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 SNS 단체방에서 공유하기도 했다. 당시 특정 가해자는 동급생의 목을 조르면서 “기절할 거 같으면 말해 달라”며 괴롭혔다.

이들은 또 피해자의 여자친구, 동생을 언급하며 심한 성희롱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가혹 행위를 했고, 같은 반 친구들이 말려도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